지난 2014년 1월 4일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용인휴게소 주차장 화물차 주차구역에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흘러나왔다.
남성은 소리를 지르며 승용차 문을 열고 나오려고 했지만, 그는 차에 갇힌 채 휴게소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남성이 다시 발견됐을 때 그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숨을 거둔 남성은 41세 공연예술가 A씨. 배후에는 전 아내인 B씨가 있었다.
사건은 A씨와 B씨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 B씨는 촉망받는 예술인이자,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었던 A씨에게 접근했다.
B씨는 자신을 외교관 아버지와 아나운서 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유력가의 딸이라고 소개했다. 또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국내 대학에 출강하는 강사라고 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0년 결혼식을 올렸지만, 이후 B씨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B씨가 말한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그는 유력가의 자제도, 교수도 아니었다.
심지어 두 자녀가 있는 기혼녀였음에도 미혼인 척 행세하며 부유한 집안의 오케스트라 예술 감독이었던 A씨를 유혹해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남성들과 끊임없이 불륜을 저질렀다. A씨가 확인한 B씨의 내연남은 10명에 이르렀고, 내연남과 동거·임신·낙태를 하기도 했다.
모든 게 거짓이었던 전 아내와 이혼했지만...
A씨는 끝내 B씨와 사실혼 관계를 파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또 B씨에게 매달 70만원씩 위자료 7000만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사실혼 파기의 귀책이 B씨에게 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자기 가족들에게 B씨와 관련한 일을 일 언급하지 않았지만, B씨는 그가 자신의 오빠에게 치부를 따졌다는 것을 알고 해코지하기로 마음먹는다.
2013년 11월 B씨는 심부름센터에 연락해 폭행·협박하고 금품을 취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치밀한 범행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2014년 1월 4일 범행이 실행됐다. 휴게소 주차장에서 비명이 들렸고, 목격자의 신고로 고속도로 순찰대가 이후 사라 차량을 뒤쫓았지만, A씨는 동맥 절단에 의한 과다 출혈로 결국 사망했다.
B씨는 재판 내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에서 재판부가 B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자 B씨는 "A씨의 사망을 전혀 예견할 수 없었다"고 불복해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역시 "객관적으로 범행이 인정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부인하며 죄를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책임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사망에 가장 근원적인 책임을 져야 할 피고인에 대한 형이 너무 가볍다"며 형량을 13년으로 올렸다.
A씨는 2심 판결에서도 대법원까지 항고했으나 기각되며 징역 13년형이 확정됐다. 범죄를 의뢰 받아 실행에 옮긴 심부름센터 직원 3명은 각 징역 25년, 13년, 10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