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학급을 맡은 뒤 52차례 진료를 받는 등 고통을 호소한 20대 특수교사 김동욱 씨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24일 MBC NEWS '스트레이트' 보도에 따르면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가르치던 4년 차 특수교사 28살 김동욱 씨가 지난 10월 24일 자신의 자취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지난 2021년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특수교사로 부임하며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집 앞까지 와서 등교 지도를 해달라"는 학부모 부탁을 난감해하면서도 거절하지 못할 만큼 학생에게 애정이 가득한 교사였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격무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해당 초등학교에는 7명의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다니고 있었다.
법에 명시된 특수학급의 정원은 6명, 교사 1명당 학생 수는 4명이기 때문에 2명의 특수 교사가 한 반씩 맡아 2학급을 운영했다.
그런데 올해 초 졸업과 입학 등으로 학생이 6명이 됐고 인천시교육청은 특수학급을 한 반으로 줄여버렸다. 이후 전학 등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8명으로 늘었음에도 분반해 주지 않았다.
결국 학생 수는 늘었음에도 김 씨가 특수교사 2명이 하던 일 이상을 떠맡게 된 것이다. 특히 이 중 4명은 자해나 해코지를 할 우려가 있는 중증 장애 아동이었다.
김 씨는 지인들에게 "학급 배치를 왜 이렇게 하지"라며 답답해했다. 교육청에도 항의해봤으나 관계자로부터 "알아서 살아가라", "다른 학교는 특수학생이 33명이니까 조용히 하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52차례 치료 받으면서도 "우리 애들 어떡하냐" 교실 지키던 교사
학부모들과 함께 교육청 쪽에 "특수학급을 두 반으로 원상 복귀시켜 달라"고 요청했다가 "신청 기한이 지났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과밀학급을 맡은 김 씨는 올해 들어서만 외상과 근육통 등으로 52차례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돌발행동을 하는 학생의 팔을 잡다가 허리가 꺾여 복대를 착용했고 얼굴을 발로 맞았다는 기록도 있었다.
그는 허리에 보조기구를 차고 근무하는 상황에서도 1주일에 29교시의 수업을 소화해야 했다. 초등학교 교사의 평균 시수보다 무려 8시간이나 많았다.
통제하기 힘든 특수교육 학생들을 상대로 매일 혼자 거의 6교시씩 수업을 했다는 것. 심지어 수업 앞뒤로는 행정 업무가 쌓여 있었다. 김 씨가 올해 작성한 공문만 147건. 해당 초등학교 교사 중 가장 많았다.
김 씨는 동료들에게 "학교에 일찍 출근해서 기안 2개 올리고 계획서 썼다. 아직도 눈물 난다"며 "계획서 언제 다 쓰지"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보다 못한 동료들이 병가라도 내라고 권유했으나 김 씨는 "그럼 우리 애들은 어떡하냐"며 꿋꿋하게 아이들을 위해 교실을 지켰다. 그러나 결국 그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학생들은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주던 선생님을 잃었다. 특수교육계에서는 김 씨의 죽음을 두고 '예견된 비극', '사회적 죽음'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김 씨가 숨진 뒤에야 해당 초등학교의 특수학급을 두 반으로 나누고 특수교사도 추가로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수학급 증설 신청을 연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과밀학급에는 법정 기준에 따라 기간제 교사를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