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12년의 결실을 맺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은 긴장감을 줄이고 편안한 상태로 시험을 치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런데 시험 당일 수능 고사장에서 끈질기게 자신을 괴롭혀 온 학교폭력 가해자를 만났다는 사연이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7일 대구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수능 당일인 지난 14일 대구의 한 수능 고사장에서 발생했다.
이날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인 A군은 고사장에 입실하던 중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2학년 때부터 꾸준히 자신을 괴롭혔던 학교폭력 가해자와 마주친 것.
"수능 당일에도 인신공격+욕설 이어져" 피해 주장
A군과 같은 반이었던 가해 학생은 3학년에 올라가면서 다른 반이 됐다. 가해자는 지난해 학교폭력위원회에서 A군에 대한 '접촉, 협박, 보복 금지'의 2호 조치가 내려진 상태였다.
그런데 두 사람은 수능 날 같은 고사장에 배정됐다. A군은 "같은 시험실에서 시험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었고 그걸 봤을 때 진짜 당황했다"고 밝혔다.
또 수능 당일에도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군은 "(가해 학생이) 따라와서 계속 저한테 인신공격을 하거나 욕설을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능 나흘 뒤 A군은 가해 학생을 다시 학교 폭력으로 신고했다.
A군 부모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따로 배치하려는 노력이나 이런 게 없었다는 게 너무 놀랍다"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을 때도 객관적인 자료를 가져오라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다만 가해 학생 측은 "수능 날에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어딨냐"며 당일에도 괴롭힘을 당했다는 A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수능 고사장에 배치되지 않도록 막을 규정은 없다.
교육청은 "학교폭력은 민감한 개인정보라 고사장 배정을 위해 공유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사전 요청 시에 고사장 분리를 배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군 측은 교육 당국을 상대로 국가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