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6일(목)

"소방관 출동 잘하나 보자"... 일부러 논에 불 질러 테스트한 경북도의원들


소방공무원노조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이 소방 출동 태세를 점검하겠다며 일부러 논에 불을 지르고 소방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27일 소방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3시 40분께 상주시 화산동 한 논두렁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신고 접수 8분 만에 2대의 소방 펌프차가 출동했다. 현장에는 모닥불 크기에 지푸라기 더미 등이 불타고 있었으며, 진화까지 10~20초가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고한 남성은 "상주시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앞에 연기가 났다"며 "건물은 아니고 건물 길 건너서 연기가 난다. 논두렁"이라고 설명했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직원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소방 출동 태세 점검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도의원들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신속하게 출동해서 진압을 잘했다"라고 칭찬을 한 뒤 악수하며 "서장님한테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후 차량에 다시 탑승하고 현장을 떠났다.


이들은 소방 출동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는 가을철 산불 예방 기간이었고 혹여 다른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소방력 공백으로 사고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소방 노조는 경북도의회에 강하게 항의했다. 김주철 '소방 공무원 노조 경북 위원장'은 "도의원들의 갑질이고 권한 남용"이라며 "정기 훈련, 불시 출동 훈련까지 따로 있는데 무슨 짓이냐"고 지적했다.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는 "이날 상주소방서에서 행정사무 감사를 마치고 구미소방서로 이동하던 중 이러한 점검을 기획했다"며 "행정사무 감사 기간 도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현장을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직접 불을 지핀 김진엽 건설소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 논두렁이 굉장히 축축해서 연기만 나고 화염이 제대로 붙지도 않았다"며 "경북소방 출동 시간이 전국에서 가장 늦고 그중에서 상주가 또 최하라서 점검했다"라고 했다.


박순범 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은 "최근 경북 영양에서 소방차 물 분사가 되지 않아 주민의 집이 전소된 일이 있었다"라며 "분사 여부 점검 차원에서 빈 논에 모닥불처럼 불 한 줌을 놨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점검 과정에 불편한 점이 있었으면 앞으로는 보완해서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