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에 우직하게 '독도'를 넣어 일본 수출길이 막혔던 '지도표 성경김'으로 유명한 성경식품이 한반도 지도 모양으로만 구성된 제품을 상표로 사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성경식품이 특허청장을 상대로 낸 거절결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엔 출원상표와 실사용상표의 동일성 판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조미김 제조 회사인 성경식품은 아무런 문구 없이 한반도 지도를 선으로 표현한 모습의 상표를 등록 신청했다. 

그러나 특허청은 지난 2020년 12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식별력이 없어 등록할 수 없다'는 상표법을 근거로 등록거절결정을 내렸다.

"대한민국 지도로 인식되는 이상 특정인에게 독점 허용 못한다"

현재 상표법은 지리적 명칭이나 지도만으로 된 상표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상표 출원 전 수요자가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상표를 식별할 수 있는 경우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고 했다.

성경식품은 곧바로 특허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청구했다. 재판에서 성경식품 측은 "해당 마크는 상당한 생략·변형을 거친 도형상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출원 전부터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된 경우엔 등록이 가능하다'는 상표법 예외 조항을 근거로 1994년부터 지도 모양의 유사 상표를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허소송에서 1심 역할을 하는 특허심판원은 성경식품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판 청구를 기각하는 심결을 했고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특허법원은 "일반 수요자에게 사회 통념상 대한민국 지도로 인식되는 이상, 식별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특정인에게 이를 독점하도록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성경김은 한창 김 열풍이 불던 지난 2021년 일본 수입사가 포장지에서 독도를 지워줄 것을 요청하자 이를 거절하고 일본 수출을 중단했다.

당시 임영청 대표는 "대한민국 지도라면 당연히 독도가 표기돼야 한다"라며 "대한민국 지도를 브랜드로 내건 것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일본 수출에는 제약이 따르지만, 지도표에 대한 정체성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독도의 날을 기념해 독도사랑운동본부와 손잡고 '1025 독도 김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수익금 일부는 독도에 기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