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5일 허 전 감독은 서울 송파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가 축구협회의 환골탈태를 바라지만, 거대한 장벽 앞에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저는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며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허 전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면서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 체계는 급기야 시스템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축구 팬들의 질타와 각계각층의 염려, 선후배 동료 축구인들의 갈등을 눈앞에서 지켜볼 때는 한없이 괴로웠다. 축구인의 한사람으로서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허 전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는 전임 회장님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많은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라며 전 협회장의 공로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오늘날 불투명하고 미숙한 행정의 연속,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부끄러운 행동의 협회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대한민국 축구는 퇴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추락을 멈춰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 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며 대한축구협회의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동행', '공정', '투명', '육성'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축구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허정무, 한국 축구 레전드... 국내 감독 유일 월드컵 16강 진출
아직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선 도전에 대한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허 전 감독이 내년 1월 열리는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 공식 출마하는 첫 번째 후보가 됐다.
허 전 감독은 선수 시절 A매치 104경기에 출전한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은퇴 후에는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기도 했다.
특히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며 국내 지도자로는 유일하게 월드컵 16강행을 이뤄냈다.
2012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직을 끝으로 지도자 생활을 마친 허 전 감독은 2013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2015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역임했고,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을 지냈다.
최근 축구협회는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무능한 조직'이라는 비판과 함께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급기야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국회에 불려 나가 국회의원들로부터 따가운 질타를 받았고, 정몽규 회장의 4선 도전에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커졌다.
허 전 감독은 "한국 축구는 지금, 이 순간만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 10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저는 한국 축구를 위해 모든 걸 쏟아부으려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제가 가려는 이 길은 가시밭길이며 거대한 장벽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가야 할 길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