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이 주최한 사도광산 강제징용자에 대한 추도식에 불참했다.
당초 추도식에는 한국 유족을 포함해 한일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 56)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과 추모사의 내용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쿠이나 정무관은 참의원(상원) 의원 당선 및 임기 개시 직후인 2022년 8월 15일 일본 패전일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 사실을 부인하며 정무관 교체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며, 추도사 내용에 강제징용 사실과 이에 대한 사과 표현을 담아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지난 24일 일본 사도시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100개 좌석 중 우리 측 좌석인 30여 곳이 빈 채로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이후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쿠이나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일본의 인기 걸그룹 '오냥코 클럽(おニャン子クラブ)' 출신이다.
'오냥코 클럽'은 멤버만 50여 명에 달하는 걸그룹으로 멤버 모두 방송 오디션에서 뽑혀 데뷔했다.
이쿠이나는 18~19세이던 1986~1987년 1년 3개월간 오냥코 클럽 멤버로 활동했으며, 활동 번호는 40번이었다.
그는 기무라 타쿠야의 아내 쿠도 시즈카와 함께 오냥코 클럽의 유닛 그룹 '우시로가미히카레타이(うしろ ひかれ隊)'로도 활약했으며, 오냥코 클럽 해체 후에는 솔로 가수,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1996년에는 수영복, 속옷 등을 입고 세미누드 사진집을 내 화제가 됐다.
그는 22년 후인 2018년 인터뷰에서 해당 사진집을 촬영할 때 부끄러웠지만, 해외 촬영이 많아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2022년 참의원(상원) 선거로 일본 의회 입성
2003년 결혼해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는 이쿠이나는 2011년 43세 생일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같은 해 5월 치료를 받았지만, 2012년 9월 재발하면서 2015년까지 절제 수술과 재건술을 받았다.
투병 기록을 담은 '右胸にありがとう そしてさようなら(오른쪽 가슴에 고마워요. 그리고 안녕)'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이쿠이나는 2022년 이런 인지도를 바탕으로 참의원(상원) 선거를 통해 일본 의회에 입성했다.
그가 2022년 6월 첫 유세를 할 때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원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후 이쿠이나는 이달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제2차 내각에서 외무성 정무관으로 기용됐다. 정무관은 한국의 차관급에 해당한다.
그는 2022년 8월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뿐만 아니라 참의원 선거 전 마이니치 신문이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일이 징용과 위안부 문제로 계속 대립하고 있는 데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대립하는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오늘(25일) 오전 9시께 일본 사도섬 사도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터에서 사도광산 강제동원 희생자 추도식을 진행했다.
추도 행사에는 한국 유족 9명과 박철희 주일대사, 외교부 당국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