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병을 앓는 3살 딸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740km 국토대장정에 나선 아빠의 사연이 전해졌다.
이는 유전 질환 일종인 '듀센 근이영양증(DMD)'을 앓고 있는 전사랑(3)양의 아빠 전요셉(34) 오산교회 목사의 얘기다.
전 목사는 지난 5일 부산 기장군을 시작으로 하루에 40km씩 걸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 14일을 걸으며 울산과 경북 포항, 대구, 대전을 거쳐 지난 20일 충북 청주에 도착했다.
전 목사의 최종 목적지는 서울 광화문이다. 그가 이같은 대장정을 시작한 이유는 딸의 치료비와 약값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사랑 양이 앓고 있는 '듀센근이영양증'은 유전자 이상으로 팔이나 다리, 몸통 등 근육이 퇴행하는 희소 유전 질환이다.
한창 두 발로 걷고 점프하고 친구들과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사랑 양은 기우뚱하게 걷고 계단과 난간을 오르지 못한다. 이에 먼 길을 갈 엄두도 내지 못하며 어쩔 수 없이 갈 때면 매번 유모차를 챙겨야 한다.
'듀센근이영양증은' 주로 남성에게 발병하지만 5000만 명 중의 1명꼴로 여아에게 나타난다. 근육이 생성되지 않아 10대에 걷지 못하고, 20대에 호흡기를 쓰기 시작해 30대 초에 사망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사랑 양의 치료를 위해 방법을 찾던 전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한 대학병원 교수에게서 효과적인 유전자 치료 방법을 알게 됐다.
미국 치료제 가격 46억 원에 달해
그러나 이 치료제가 한국에 들어오려면 3~4년의 시간이 걸리고 4~5살에 치료받아야 효과가 좋아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6살 이후에는 많은 근육 세포가 죽어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치료제의 가격이 330만 달러(한화 약 46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전 목사는 "천문학적인 치료비를 감당할 형편이 안 된다"며 "지난달 칠레에서 듀센근이영양증에 걸린 한 환우의 엄마가 국토대장정에 나서 치료비 53억 원을 마련해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뉴스를 본 뒤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국토대장정을 시작하는 동시에 그는 46만 명에게 1만 원씩 후원을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이에 사랑이를 돕는 '46만 명이 함께 걷는 여정'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국토대장정 여정을 공유하고 있다.
국토대장정 이후 지금까지 1억 2000여만 원이 모금됐다.
전 목사는 "치료제 비용으로 따지면 약 2%가 모금됐다"며 "사랑이를 도와준 1만 2000여 명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무릎 수술을 4번이나 받아 오래 걷거나 날씨가 추울 때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오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아침마다 진통제를 복용하며 사랑이를 위해 걷고 또 걷는다.
전 목사는 청주 상당교회와 복대교회·오산교회를 거쳐 전날 일정을 마쳤다. 21일 충남 천안까지 걸은 뒤 이후 경기도 평택·오산·분당, 서울 여러 교회를 거쳐 오는 29일 광화문에 도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