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2월 05일(수)

'세계 최강' 케냐 마라톤 선수들이 한국 양식장서 발견된 충격 이유... 대사관도 속았다

케냐 선수 7명 불법취업 알선한 현역 마라톤 선수


양식장에서 일하던 케냐 마라톤 선수들 모습 / 사진 제공=창원해경


국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처럼 허위로 만든 초청장으로 해외 대사관을 속여 케냐 마라톤 선수들을 초청해 국내 양식장에 불법 취업하도록 알선한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지난 19일 창원해경은 출입국 관리법 위반(허위 초청·불법취업 알선), 사문서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위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달 28일 경기지역 한 지자체 체육회 소속 마라톤 선수 A씨(29)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 전 마라톤 코치 B씨(52), A씨의 배우자 C씨(33)를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케냐 국적의 마라톤 선수 7명을 국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처럼 위조된 초청장으로 주케냐대한민국대사관에서 비자 발급을 받게 했다.


사진 제공=창원해경


허위 초청장으로 대사관도 속였다


이후 국내로 입국시켜 통영, 거제, 고성 등 경남 지역 양식장에 불법 취업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 대가로 선수들이 번 돈 3,4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이들은 SNS에서 이른바 'KK(Korea-Kenya)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케냐 일꾼 300명을 모집한다고 홍보하면서 '한국 양식장에서 일하면 일이 편하고 임금이 많다'는 내용의 홍보 영상을 제작해 케냐 선수들을 모집했다.


케냐 선수 26명이 모집되자 이들은 경남, 경기, 강원, 충남 지역의 4개 기초자치단체 체육회의 인장을 임의로 제작해 허위 초청장을 만들었다. A씨 등은 이를 주케냐대한민국대사관으로 보내 운동경기 참가 비자(C-4-5)를 요청, 7명을 국내로 각각 입국시켰다.


조사 결과 입국한 케냐 선수들은 모두 케냐 육상협회에 등록된 마라톤 선수들로, 이 중 1명은 부산의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케냐 선수들은 일당과 브로커들에게 수수료가 떼여도 환율이 10배가량 차이 나는 한국에서 돈을 벌고 케냐로 돌아가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A씨 등의 모집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올해 2월 경남의 한 양식장에서 선원, 양식장 등 수산업 관련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없는 케냐 국적의 외국인이 일하는 것을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외국인 불법 취업 알선 조직이 국내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 운동선수들을 상대로 허위 초청 서류를 발급해 국내 입국을 유도한다는 정황을 발견하고 수사를 계속해 이들 일당을 7월부터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허위 초청장으로 입국한 케냐 선수 7명 중 6명은 케냐로 이미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명은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해경이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