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4년간 1인 시위해 '안락사'하게 된 22세 여성... 의사의 '한마디'에 마음 바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gesaBank


안락사를 앞둔 22세 여성이 마지막 순간에 '살기로' 결심했다.


의사가 한 마지막 질문 때문이었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호주 매체 뉴스닷컴은 22세 네덜란드 여성 로미(Romy)의 사연을 전했다.


어린 시절 학대로 인해 우울증, 섭식 장애, 거식증을 앓고 있던 로미는 특정 상황에서 안락사를 허용하는 네덜란드의 법에 따라 가슴 아픈 결정을 내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로미는 18세가 된 후 의사, 공무원, 가족을 대상으로 자발적 조력사망(VAD)을 통해 죽을 권리를 위해 캠페인을 벌였다.


4년간의 노력 끝에 마침내 그는 자발적 조력사망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2023년 네덜란드 라이덴의 병원 침대에 누워 있던 로미는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그날 아침 로미는 영안실로 옮겨질 관을 확인했다. 자신이 누울 관이었다.


로미의 곁에는 엄마가 있었고, 남동생은 병원 정원에서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의사는 로미의 병상 옆에 서서 네덜란드의 안락사 법에 따라 그녀가 받아야 할 절차에 대해 단계별로 설명했다.


로미는 의사에게 모든 과정을 이해했다고 했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하니 식은땀이 흐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의사는 약물을 주사하기 위해 다가가며 마지막 질문을 했다.


"정말 확신해요?"


한 번 더 조력사망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이때 로미는 갑자기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한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순간만을 그려왔지만, 로미는 의사의 마지막 한 마디에 흔들렸다.


"지금은 살고 싶은 마음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녀가 망설이자 옆에 있던 엄마가 울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로미는 결국 모든 것을 취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로미는 얼마 후 다시 자발적 조력사망을 요청했고 곧 병원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복할 수 있다"는 정신과 의사와 가족 그리고 친구들의 끈질긴 설득과 지지로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 치료를 계속하기로 했다.


로미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 여정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정말 후회하지 않아요. 죽음에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삶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항상 잘되지는 않겠지만 터널 끝에 빛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어요"라고 강조했다.


현재 로미는 성인 교육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으며, 요양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기자가 그녀에게 무엇이 희망을 주는지 묻자, 로미는 웃으며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집세를 내는 것이 정말 즐거웠어요. 제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거든요"라고 답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편 네덜란드는 2001년 세계 최초로 의사의 도움을 받는 적극적 안락사와 조력사망을 허용한 국가다.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는 개선 가능성 없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진지하고 확고한 신념'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시행된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로 사망한 사람은 9,068명으로 2022년 8,720명보다 증가했으며, 이는 네덜란드 전체 사망자의 5% 이상을 차지한다.

거의 모든 안락사 사례는 의사가 약물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