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검토를 두고 재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졸업생들도 전광판 트럭으로 힘을 보탰다.
지난 14일 엑스(X·옛 트위터) 등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덕여대 교정에 세워진 트럭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확산됐다.
트럭 전광판의 문구로 미루어 보아 동덕여대 졸업생들이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전광판에는 '언니들 일려고 돈 벌었다. 기죽지 마 후배들아', '학생들을 상대로 무력 진압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협의 없는 공학 전환 동문들도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동덕여대 시위는 지난 11일 학교 측이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학생들이 접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학생들이 연구실을 방문하려는 교수들을 막아서거나 본관 앞 조용각 전 이사장의 흉상에 밀가루·케첩 등을 던지는 등 시위가 격화하자 대학은 일단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지난 13일 동덕여대는 "강의 여건이 정상화될 때까지 실시간 화상 수업 또는 녹화 강의로 수업을 진행한다"라고 긴급 공지했다.
이날 예정이었던 동문목화장학금 수여식과 진로취업·비교과 공동박람회도 취소했다.
시위가 이어지자, 학교 측은 일단 김명애 총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일방적으로 공학 전환을 추진하던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총장은 입장문에서 "의견수렴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어 11월 12일 교무위원회 보고 및 논의를 거쳐 모든 구성원과의 의견수렴절차를 계획 중이었다"며 "아직 정식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교무위원회 이전인 11월 11일 오후부터 학생들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성인으로서 대화와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하는 대학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 중인 것을 매우 비통하게 생각한다"며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덕여대 졸업생 연대 "김명애 총장, 학생의 존엄 침해해"
이날 동덕여자대학교 졸업생 연대도 성명문을 내고 "김명애 총장은 재학생들의 안위를 지키고 의사를 존중하기는커녕 폭력 시위 무리로 규정해 학생의 존엄을 침해했다"며 "졸업생 일동은 재학생들에게 연대하는 마음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여대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을 동력 삼아 사회에서 당당히 한몫을 하고 있다. 여전히 성차별이 있는 사회에서 여성 교육의 산실인 여자대학은 그 존재가치가 유효하다. 부디 재학생들이 동덕여대에서 가치 있는 대학 생활을 보낸 후 당당히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반대에 성신여대, 숙명여대, 한양여대의 총학생회도 연대의 목소리를 보태면서 시위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