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동덕여대 학생들이 '공학전환 반대'하며 오물 투척했다는 '설립자 동상', 사실은...


바닥에 놓인 동덕여대 학생들의 과잠 / 뉴스1


동덕여자대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논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학내 시위를 벌이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동덕여대 설립자 조동식 선생의 흉상이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에 의해 달걀·페인트 등을 뒤집어쓴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동상은 실제로 전 동덕여학단 이사장 조용각 박사의 흉상이다.


지난 7일 동덕여대 총학생회 '나란'은 입장문을 내고 "해당 안건이 논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본부는 지금까지 학생 대표인 총학생회 측에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학생회가 해당 의혹을 제기해야만 입을 여는 대학 본부의 행동은 8000 동덕인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율동 조용각 박사의 흉상 / 뉴스1


총학생회는 이어 "동덕여자대학교를 구성하는 것은 동덕 '여자' 대학교의 '여성'"이라면서 "총학생회 나란은 동덕여자대학교의 근간인 여성을 위협하는 동덕여자대학교 공학 전환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진행되는 교무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동덕여대 학생들은 시위를 이어 나가고 있다. 


학교 본관 앞에 학교 점퍼(과잠)을 벗어두거나 붉은색 락카 스프레이로 학교 내·외부 벽이나 바닥에 '공학 전환 반대', '명애롭게 폐교하자'(명애는 동덕여대 김명애 총장) 등의 문구를 쓰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였다.


또 학교 앞에 있는 흉상에 공학 전환을 반대하며 오물 등을 투척하기도 했다. 


율동 조용각 박사의 흉상 / 뉴스1


알고보니 '조용각 전 이사장' 흉상... 설립자의 수양아들


이 흉상은 애초 동덕여대 설립자 조동식 선생의 흉상으로 알려졌으나, 흉상 아래 새겨진 이름을 확인한 결과 '율동(栗東) 조용각(趙容珏) 박사'의 흉상이었다.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한 학생이 흉상에 '동식'이라는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붙이면서 오해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설립자 조동식 선생은 자녀가 없어 형의 아들인 조용각 전 이사장을 수양아들로 삼았다. 현재는 조용각 전 이사장의 아들인 조원영 전 동덕여대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조 박사는 학교법인 동덕여학단 이사장으로 지난 1999년 10월 16일 향년 7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근조화환이 놓인 동덕여대 / 뉴스1


조 박사는 1976년 동덕여자대학교, 동덕여고 등으로 구성된 동덕여학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재직 중 성덕중학교를 신설하고 동덕여대를 종합대학교로 승격시키는 등 교세 확장에 기여했다.


또 평생 여성 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1982년 교육공로포상(동백장)을 받았다. 


한편 공학 전환에 대해 동덕여대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동덕여대 측은 공학 전환이 학교 발전 계획을 고민하며 나온 의견 중 하나일 뿐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다. 


남녀공학 전환은 교육 당국의 인가 없이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남녀공학 전환이 학교의 결정에 달린 가운데, 동덕여대 측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