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ADD) 징계위원회에 출석한 성폭력 피해자가 투신해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7일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열린 국방과학연구소 징계위원회에 참석했던 성폭력 피해자 A씨가 징계심의위원의 모욕적인 언행을 견디다 못해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는 일이 벌어졌다.
A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씨는 지난 8월 국방과학연구소 동료 직원 B씨와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갔다. 이때 A씨가 묵는 숙소에 B씨가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했다.
완강히 저항하면서 성폭행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A씨는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급성 스트레스 장애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후 A씨의 신고로 국방과학연구소 고충처리위원회는 자체 조사로 B씨가 위력으로 성폭행을 시도한 사실을 확인해 지난 4일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A씨와 B씨는 이날 징계위원회에 시간대를 달리해 참석했다.
징계위원, 성폭력 피해자에 '꼬리 쳐서 유혹한 거 아니냐', '꽃뱀 아니냐' 막말
그런데 징계위원회 석상에서 한 징계위원이 피해자 A씨에게 '꼬리 쳐서 유혹한 거 아니냐', '꽃뱀 아니냐'라는 요지의 주장과 질의를 했다.
A씨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징계위원이 오히려 피해자 지위를 부정하는 질문과 발언을 해 심한 모멸감과 분노를 느낀다며 큰 소리로 울며 절규했고, 징계위원회는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된다며 A씨를 보호 조치 없이 회의장 옆 방으로 격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모멸감을 견디지 못한 A씨는 창문을 통해 5m 아래 바닥으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A씨의 가족들은 해당 위원과 국방과학연구소의 해당 책임자, 가해자 B씨 등을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변호인은 고소장을 통해 "징계위원회에서는 이미 고충처리위원회에서 사실관계가 드러난 데다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건에 대해 심문하지 않고 가해자 처벌에 대한 의지만을 묻는 게 통상 절차"라고 꼬집었다.
이어 "해당 징계위원은 피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 이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정한 명백한 2차 가해이자 형법상 모욕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강조했다.
A씨 측은 '피해자를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게 한 일도 다른 징계위원회 절차와 비교할 때 이례적인 데다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를 회의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보호 조치 없이 옆 방에 단순히 격리해 피해자가 뛰어내리게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며 국방연구소의 사건처리 책임자도 함께 고소했다.
또 '피해자가 추락했는데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연구소 측은 'A씨를 징계위원회에 출석시킨 이유, A씨가 모욕적으로 느낀 질문을 한 징계위원이 누구인지, A씨를 보호 조치 없이 회의장 옆방으로 격리한 이유' 등의 질문에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고 조사가 진행 중이라 아직 얘기하기 어렵다'라며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A씨 측은 매체에 "연구소 측이 사건을 잘 해결해 줄 것으로 믿고 그동안 직장 내 고충처리심의위원회에만 신고했지만, 사건 발생 후 3개월이 지나서야 징계위원회를 개최할 정도로 사건처리가 지지부진했고, 결국 징계위원이 피해자를 모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방과학연구소는 대한민국 방위사업청 산하 공공기관으로 국방력의 강화와 자주국방의 완수에 기여하기 위해 국방에 필요한 병기·장비 및 물자에 관한 기술적 조사·연구·개발 및 시험과 이에 관련된 과학기술의 조사·연구 및 시험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