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부대에서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의 증거 인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일 강원경찰청 등에 따르면 피의자 양씨(38)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께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에서 여성 군무원 A(33)씨와 말다툼을 하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후 양씨는 피해자의 시신을 옷으로 덮어두고 태연하게 근무한 뒤 같은 날 오후 9시께 인근 공사장에서 주검을 훼손한 후 다음 날 강원도 화천군 북한강변에 시신과 범행 도구를 유기했다.
그는 시신을 담은 봉투가 떠오르지 않도록 봉투에 무거운 돌덩이를 넣는 치밀함을 보였다.
양씨는 이후에도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A씨의 휴대전화로 부대에 '휴가 처리해달라'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 결근을 통보했다.
A씨의 휴대전화를 껐다 켜는 수법으로 생활반응이 있는 것처럼 꾸몄으며 이후 휴대전화를 부숴 서울의 한 주차장 배수로에 버렸다.
그는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은 뒤에도 태연히 출퇴근을 했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양씨는 시신을 훼손하기 위해 향한 인근 공사장에서 태연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장 관계자는 "나갔다 들어왔는데 차가 하나 있어서 뭐냐고 (하니까) 주차하면 안 되느냐고 그러더라. 안 된다고 현장이니까 나가라고. 차가 빠지는데 차에 물체 하나 있긴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후 양씨는 멀리 이동하지 않고 근처에서 시신을 훼손했다.
"정신적 역량 총동원해 증거 인멸 작업한 것으로 보여"
양씨의 행동을 두고 표창원 프로파일러는 "두뇌 회전이 빠르고 전략을 세우거나 합리적 판단에 능한 직업적 특성을 가진 사람이다 보니 정신적 역량을 총동원해 증거 인멸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양 씨는 지난 2일 오후 2시 45분께 화천군 화천읍 화천체육관 앞 북한강에서 주검의 일부가 수면 위에 떠올라 한 고등학생이 이를 발견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시신을 담은 봉투에 돌덩이를 넣고 테이프로 밀봉까지 했지만, 시신이 부패하면 가스가 차는 데다 물까지 새어 들어갈 경우 생기는 화학반응과 삼투압 현상으로 수면 위에 떠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경찰은 주검에서 확보한 지문과 DNA 등을 통해 A씨의 신원을 확인했고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폐쇄회로(CC)TV 분석, 피해자 가족 탐문 등 끝에 양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양씨는 지난 3일 오후 7시 12분께 서울시 강남구 일원역 지하도에서 긴급체포됐다.
조사 결과 사건 당시 중령 진급 예정자인 양씨는 군무원 신분인 A씨와 경기도 과천의 한 부대에서 함께 근무하는 사이였다.
양씨는 해당 부대에 근무하다 범행 사흘 후인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 받았으며, A씨는 10월 말 임기가 끝날 예정이었다.
법원은 5일 양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열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전 심문을 마친 양씨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경찰은 6일 양씨의 신상정보 공개를 위한 심의위원회 결성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