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반대했던 '하이닉스' 인수를 도전적으로 실행한 뒤 역사적인 성공을 거둔 SK그룹 최태원 회장.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혜안은 SK하이닉스에만 국한되지는 않았다. 지난 3년간 마음을 아프게 했던 'SK온'이 드디어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에서 2021년 10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뒤 이뤄낸 첫 분기 흑자다.
지난 4일 SK온은 3분기 매출액 1조4308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하며 첫 분기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고 공시했다.
SK온의 이번 실적에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의 합병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다. SK온의 자체적인 수익성 개선 노력만으로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 값지다.
업계 관계자들은 SK온의 첫 분기 흑자는 최 회장의 뚝심 있는 투자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지원해온 덕분에 전기차 배터리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을 이겨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캐즘' 이겨내고 있다는 분석...4분기도 흑자 기대
제조업 자체가 원래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데, 배터리 사업은 특히나 더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수라는 점에서 오너의 혜안과 실행력이 없었다면 이 같은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어려운 가운데서도 지속적으로 힘을 쏟아낸 임직원들도 큰 공을 세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김진원 재무본부장(CFO)은 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 "SK온은 대외적 불확실성 지속, 수요 확대 지연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 노력 및 고객사 정산 활동 등에 힘입어 분기 영업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4분기에는 흑자폭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SK온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된 SK트레이딩인터내셜과의 합병 실적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SK엔텀과의 합병 기일은 내년 2월1일로 예정됐다.
올해 4분기에는 고객사의 북미 신규 완성차 공장 가동과 내년 상반기 신차 출시 준비 등의 영향으로 배터리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분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생산 세액공제(AMPC) 수혜 금액은 608억원이지만 향후 혜택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SK온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로 시장이 둔화된 만큼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