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무면허로 운전하다 차량 7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역주행까지 했던 20대 여성 운전자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지난 4일 JTBC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사고를 낸 운전자 김씨는 사고 직후 모친에게 전화해 "시동을 끌 줄 모른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 2일 오후 1시께 모친 소유의 차량을 몰고 서울 송파구 거여동 이면도로에서 4세 아들을 태운 유모차를 밀던 30대 여성을 치고 달아났다.
약 40분이 지난 오후 1시 39분께 그는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에서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고 역주행한 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사고로 9명이 경상을 입었고 김씨 차량을 포함해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 총 8대가 파손됐다.
사고 직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차 박았어! 어떡해. 엄마? 어떡해 어떡해"라고 외쳤다.
이에 어머니가 "건드리지 말고 시동 꺼!"라고 말하자 당황한 김씨는 "시동 끄는 걸 몰라. 어떻게 꺼!"라고 답했다.
"사람 쳤어! 어떡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택시를 타고 가라'는 어머니의 말에도 차를 운전해 송파구 거여동 어머니의 집에서 강남구 논현동 자신의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의 차를 뒤쫓는 어머니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현관) 문이 열려 있더라. 그래서 내려갔더니 차를 끌고 간 거다. 차 세우라고 비상등 켜고 차 키 빼고 무조건 서 있으라고 그랬더니 '나 운전할 수 있어' (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딸 김씨가 7년째 정신과 약을 복용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환각이 보이고 환청이 들리고 헛것도 보인다 그랬다. 병원에 한 번 입원시키려고 했었다, (구급차에 태우다) 제가 다 맞아서 입술까지 막 다 터졌었다"라고 말했다.
"도주 우려 있어" 운전자 20대 여성 김씨, 구속
김씨는 사고를 낸 당일에도 불면증 증세가 있어 신경안정제를 복용했으며, 사고 이전에도 어머니의 차를 운전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운전학원에서 운전을 배운 적은 있으나 면허는 취득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어머니는 "제가 자식을 잘못 가르쳐 놔서 이런 상황이 생겨 죄송하다. (피해자들께) 죄송한 마음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사고 당시 음주 상태가 아니었으며 마약 간이 시약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서울 강남 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등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의 혈액과 신경안정제 등의 정밀감정을 의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