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을 차로 치고 달아난 60대 남성이 사고 발생 후 편의점에서 술을 구매해 마셔 경찰의 수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

검거 당시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에 근접했으나, 남성은 여성을 차로 치었을 당시 '음주 상태'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지난 29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5시께 사상구 강변대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던 60대 남성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을 치고 달아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술타기 수법이 의심되는 상황"

A씨 차량에 치인 여성은 뒤따라오던 또 다른 SUV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고 말았다.

용의자 추적에 나선 경찰은 이날 오후 3시께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A씨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0.03% 이상)에 근접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진 경찰조사에서 A씨는 "사람을 친지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며 사고 당시 '음주 상태'가 아니었음을 강력히 주장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날 오전 사고를 낸 후 회사에 출근했다가 오전 9시께 회사에서 1.3km 떨어진 편의점을 찾아 소주를 구입한 후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경찰은 A씨가 음주 운전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고 후 고의로 술을 마시는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사망 사고를 낸 뒤 도주한 것도 문제가 있지만, (사고 당시) 음주 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이라 이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과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술타기 수법'을 통해 경찰의 음주 측정을 방해하는 이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김호중 방지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지난달 24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