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 위로 빨대를 콕 꽂아먹는 음료수 카프리썬. 그런데 지난해 2월, 빨대가 플라스틱에서 종이 재질로 교체됐다. 합성수지 코팅을 하지 않아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빨대다.
문제는 종이 빨대로 포장지를 뚫기 어렵다는 의견이 속출했다는 것이다. 또한 종이빨대 특유의 냄새와 감촉, 시간이 지날수록 눅눅해지는 현상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클레임을 제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빨대 꽂기'에 실패한 인증샷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사진 속 종이 빨대는 하나같이 힘 없이 구부러져 있다.
농심 측은 이러한 소비자 불만을 수용해 두 차례나 품질 개선에 나섰다. 농심은 2023년 7월 종이빨대 절단면 각도를 조정했으며, 11월에는 표면 처리로 빨대 강도를 보완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빨대를 바꿔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다시 '플라스틱 빨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2023년 2월 종이빨대를 적용한 이후 약 20개월만이다.
29일 농심은 11월부터 카프리썬 빨대 재질이 종이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뀐다고 밝혔다. 유통채널별로 실제 판매되는 시점은 상이할 수 있다.
농심 측에 따르면 그동안 카프리썬 종이 빨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판매 감소로도 이어졌다. 매년 900만 박스를 유지하던 농심 카프리썬 판매량은 2023년 13%, 올해 3분기까지는 추가로 16% 감소했다.
종이 빨대 불만 속출...카프리썬 판매 감소로 이어져
농심 관계자는 "이번 변경은 소비자 편의를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며 "그러나 농심은 플라스틱 저감화 등 환경보호를 위한 변화와 정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그동안 생생우동의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고 묶음포장을 밴드로 교체하였으며, 봉지면 묶음포장의 잉크를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플라스틱과 잉크 사용량을 감축해 왔다.
특히 2023년 제품의 포장방법과 재질 변경으로 1,990톤의 플라스틱을 감축했으며, 9건의 플라스틱 대체 건수를 기록하는 등 환경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한편 종이 빨대 사용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 역시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상당수의 종이빨대는 표면이 플라스틱 물질로 코팅돼 있기 때문이다.
코팅 물질은 주로 폴리에틸렌(PE)이나 아크릴 수지로 알려져 있다. 이는 비닐봉지 또는 접착제와 같은 물질이이다. 폴리에틸렌은 분해되지 않고 작은 입자로 떨어져나와 미세플라스틱을 생성시킨다.
코딩된 종이빨대는 서로 다른 두 물질(종이와 플라스틱)이 합쳐져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