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닝서프라이즈다. SK그룹의 최고 효자 SK하이닉스가 지난 3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금융회사들이 제기했던 '반도체 겨울론'을 제대로 잠재운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SK하이닉스가 3분기에 기록한 7조원이라는 영업이익은 그동안 꿈에서조차 쉽게 이야기하지 않았던 규모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에는 일찍부터 인공지능(AI)의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한 최태원 회장의 통찰력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AI는 거품이다"라는 일각의 분석을 웃어넘기고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4일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결 기준 3분기 매출 17조 5731억원, 영업이익 7조 3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94%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고, 순이익은 5조 7534억원이었다.
영업이익에서 무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합계 평균)를 4% 이상 넘어섰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SK하이닉스 측은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HBM,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라며 "특히 HBM 매출은 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성장세를 보였다"라고 밝혔다.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성장으로 인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분석도 나온다. DS 부문에서 압도적 1위였던 경쟁사 삼성전자를 뛰어넘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이 약 9조 1천억원이었다고 발표했다. 각 사업마다 어떤 실적을 거뒀는지는 상세히 발표하지 않았지만, DS부문의 영업이익은 5조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에 약 70% 수준이다.
지속적인 AI 강조..."오늘보다 더 나을 것" 기대감 커져
오랜 기간 삼성전자를 넘어서기 위해 도전을 거듭해온 SK하이닉스의 성공 밑바탕에는 최 회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를 인수한 것을 논하는 것은 입이 아프다.
최 회장은 개인사로 바쁜 와중에도 미국 출장을 주기적으로 가며 AI 투자에 박차를 가해 왔다. "AI를 빼고 할 말이 없다", "중간에 덜컹거리는 과정이 있겠지만 AI 산업은 우상향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인류에 도움 되는 AI 초석을 함께 만들겠다" 등을 언급하며 SK하이닉스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줬다.
그 덕분에 D램 매출에서 HBM 비중이 3분기 30%에 달했다. 4분기에는 이보다 더 높아진 40%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영업이익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은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SK CEO 세미나에 참석해 AI와 반도체, 에너지 설루션 등 미래 성장 동력과 관련해 각 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룹 차원에서 세운 HBM을 필두로 한 AI 반도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AI 데이터센터, 인형 AI 비서(PAA)를 포함한 AI 서비스 등 AI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정교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에 대한 구체적 전략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음 달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민간 AI 포럼인 'SK AI 서밋'에서 글로벌 AI 가치사슬을 만들기 위한 공존법과 AI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진다.
AI를 통해 기업을 더 발전시키고, 수익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글로벌 AI 동맹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6월에는 대만을 찾아 웨이저자 TSMC 회장과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6월 말부터는 미국에서 2주간 머물며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인텔 등 미국 주요 빅테크 CEO와 연쇄 회동했다. 그 덕분에 SK와 AI 및 반도체 파트너십은 더 공고해진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