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젊은 남성들이 SNS에서 정관수술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피임이 여성의 책임만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좋은 남자의 상징'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에서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정관수술을 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은 전통적으로 여성은 자궁 내 장치(IUD) 및 피임약과 같은 방법을 사용해 피임에 대한 부담을 짊어져 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IUD 사용자의 약 3분의 2가 중국에 살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IUD가 불규칙한 생리, 자궁 출혈, 복통 등 여성의 잠재적인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남성의 경우, 정관 절제술은 고환에서 정자를 운반하는 관을 자르거나 밀봉하고 정액과 섞이지 않도록 하는 가벼운 외과적 수술이다.

특히 이는 성적 기능이나 다른 생리적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효과적인 피임법이다.

정관수술 정력 약화 편견, 과학적 근거 없어

하지만 일부 남성들은 정관 절제술이 남성의 정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생각이다"라고 강조한다.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정력 감소 등의 이유로 중국에서 정관 수술을 선택하는 남성의 수는 매우 적었다.

중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적으로 총 1,470만 건의 피임 수술이 이루어졌으며, 그중 남성의 정관 절제술은 2,626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여성이 피임 수술을 받은 것이다.

중국 난광 병원의 비뇨의학과 의사인 자오산차오는 "정관 절제술로 인해 절개 부위의 감염과 가벼운 고환 통증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모든 피임법 중에서 정관 절제술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피임법 중 하나인 것임에는 틀림없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양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점점 더 많은 중국의 젊은 남성들이 정관 수술을 선택하고 있으며, 샤오홍슈, 바이두, 즈후와 같은 SNS 플랫폼에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은 정관 절제술이 이제 여자친구를 아끼고, 여자친구와 책임을 공유하고, 여성을 존중하고 또 관계에서의 평등을 중시하는 '새로운 좋은 남자'의 상징으로 여겨진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상하이의 한 병원에서 정관 절제술을 받은 29세 남성 천씨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술 비용은 약 1,900위안(한화 약 36만 원)이었으며, 보험 적용 후 48위안(한화 약 9,000원)만 냈다"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정관수술을 받았다는 또 다른 26세 남성은 샤오홍슈에 "나는 내 여자친구를 사랑한다. 정관 수술의 회복 기간은 여성의 피임 기간에 비해 짧고 신체에도 덜 해롭다"라는 글을 게재하며 수술 경험을 공유했다.

또 중국 중부 출신 30세 왕씨는 올해 말까지 정관수술을 받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부모님과 여자친구가 자신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왕씨는 "아이를 낳는 것은 여성에게 큰 부담이다. 나는 지금 좋은 아버지가 될 자신이 없다. 앞으로 우리의 재정 상황이 허락한다면 아이를 입양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주제는 중국 현지 SNS에서 뜨거운 주제가 됐다.

한 누리꾼은 "정관수술을 받는 남자친구와 남편에게 '엄지척'. 그들은 용감하고 여성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적어도 정자는 정관수술 전 보관해야 한다. 나중에 후회하고 아이를 원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