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여자축구대회에 뻥 뚫린 탈의실 설치... 항의하자 축협은 "남자도 똑같다"


제23회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현장 /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국내 여자 축구 대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제23회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뻥 뚫린' 탈의실이 설치돼 논란이 된 가운데 대한축구협회가 입장을 전했다.


앞서 지난 8월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여자축구연맹과 창녕군축구협회가 주관한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초등부부터 일반부까지 총 61개 팀이 참가한 대규모 대회였다. 그러나 당시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전혀 마련되지 않아 지적이 나왔다.


탈의실, 라커 룸이 없어 여자 선수들이 천막 아래에서 가림막도 없이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이러한 상황을 비판하며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참가 선수 중 한 명은 "가림막이 없어 그냥 알몸이 노출되는 상황이 매우 자괴감이 든다"며 "이런 기본적인 환경조차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말이 되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민중의 소리 보도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해당 대회 승인 조건으로 각종 경기장 내 시설물을 구비할 때 '3면이 막힌 천막'을 설치하겠다는 한국여자축구연맹의 요청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 선수용 휴게실, 탈의실 그리고 심판진 휴게실에 쓰일 예정이었다. 협회는 지난 6월 정몽규 회장의 직인이 찍힌 서류를 연맹 측에 회신했다.


지난해 대회 / 창녕군



그러나 현장에는 3면이 막힌 천막은커녕 사방이 뚫린 천막이 대다수였다.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선수들뿐만 아니라 남성 지도자, 심판진, 경기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이들은 화장실 한 데 섞여 환복해야 했다.


또 화장실 대기 줄이 길어지자 개방된 천막 탈의실 또는 버스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경우도 있었다.


그간 정 회장은 "여자 축구 활성화"를 자신의 주요 목표라고 밝혀왔지만 기본적인 시설도 보장되지 않은 모습이다.


알고 보니 이런 문제는 대회가 시작된 수십 년 전부터 있었고 그동안 불이익을 당할까 봐 열악한 환경에 대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뉴스1


이러한 지적을 두고 축협 측은 "협회 자체 예산이 매우 부족해서 연맹 측에 돈을 막 내려주며 '시설물 기준을 맞추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남자 축구도 기본적인 승인 조건은 동일하다"고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구장 컨디션은 다 똑같고 똑같은 조건에서 경기한다"며 "남자들은 이런(탈의실) 거로 컴플레인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통상적으로 승인해 주다 보니 선수들의 인권, 불편에 대해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 추후에 열리는 추계 대회에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