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 민정씨가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미국 해병대 장교 추신 케빈 황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모두 '군인 장교' 출신이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 인해 이날 결혼식 포인트 중 하나로 '한미동맹'이 꼽혔는데, 여기에는 SK그룹 가문의 '애국정신'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13일) 열린 민정씨의 결혼식에서는 한미 전우를 위해 묵념하는 시간이 있었다.
하객석 한켠에는 빈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다. 이 자리는 전몰장병을 위한 자리였다. 군번줄(인식표)과 퍼플하트 훈장이 테이블에 배치돼 있었다. 퍼플 하트(Purple Haert)는 군사 훈장이다. 전투 중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군인에게 수여된다.
이날 결혼식이 열린 워커힐호텔도 한미동맹과 관련이 있었다. 워커힐호텔의 '워커힐'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면 그렇다.
워커힐은 서울 아차산 옆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 아차산의 지명 중에는 '워커힐'이라는 이름이 있다. 이는 초대 주한 미8군 사령관 '월튼 해리스 워커' 장군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워커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워커라인'으로 불린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한 지휘관이다. 그리고 그의 낙동강 사수 덕분에 한국전쟁 중 가장 역사적인 작전 '인천상륙작전'이 이뤄질 수 있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큰 공을 세워준 그의 업적과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기 위해 우리 정부는 서울 아차산 지명에 '워커힐'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래서 1963년 호텔이 지어질 때 워커 장군을 기리는 뜻을 담아 '워커힐호텔'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랜드워커힐호텔의 '워커힐', 알고 보니 한국전쟁 영웅과 깊은 관련
SK는 이 호텔을 1973년 인수했고, 여전히 워커힐호텔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호텔 안에는 워커 장군 기념비도 있다. SK는 워커 가족의 유족을 정기적으로 워커힐호텔에 초대하며 고인의 업적과 희생에 감사함을 표하고 있다.
SK의 한미 우호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故 최종현 선대회장은 한미우호활동을 오랜 기간 펼친 공으로 1998년 '밴플리트상(Van Fleet Award)'을 수상했다. 최 회장 역시 이 상을 2017년 수상했다.
밴플리트상은 한미친선협회인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한미 관계에 공헌한 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최 선대회장은 우수 학생들이 국내를 넘어 선진국 미국에서 교육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1974년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정기적으로 학생들을 지원했다. 시카고대에 한국학과가 신설되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그런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장기간 재단사업을 이어왔다. 미국 조지아주, 테네시주, 켄터키주 등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해 투자하며 경제 협력도 이어왔다.
2022년 7월에는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쟁 기념공원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 제막식에 참석해 참전용사들의 희생도 기렸다.
한국전쟁 참전 영웅인 故 윌리엄 웨버 대령의 부인 애널리 웨버 여사를 만나 감사의 뜻을 표하고 위로했다. 웨버 대령은 '추모의 벽' 건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추모의 벽 건립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 회장은 1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한편 두 사람은 2020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지낼 때 이웃 주민으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케빈 황씨는 펜타곤(미 국방부)에서, 민정씨는 워싱턴 DC에 자리한 SK하이닉스 인트라에서 근무 중이었다. 이웃으로 인연을 맺은 둘은 자연스레 서로의 군 복무 경험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이후 가까워졌다.
케빈 황씨가 2020년 10월부터 약 9개월간 한국에서 주한 미군 군수계획장교로 복무하면서 인연이 더 깊어졌고, 결혼에 이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