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서 일면식이 없는 18세 여고생을 무참히 살해한 박대성이 범핸 직전 극단적 선택 의심 신고로 경찰과 5분여 동안 면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 직후 불과 20분 후에 박대성은 살인을 저질렀다.
4일 전남 순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전 0시 15분경 박대성의 친형은 "동생의 극단적 선택이 의심된다"며 119에 신고했고 공조 요청을 받은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 3분 만에 박대성이 운영하는 순천시 조례동의 가게에 도착해 5분여 동안 간단한 조사를 벌였다.
당시 박대성은 술에 취한 상태였으나 가게 앞에 앉아 혼자 흡연 중이었고, 면담에서도 자신의 상태에 대해 "괜찮다"며 고분고분하게 답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횡설수설한다거나 자해 등 극단적 선택 의심 징후로 볼만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현장 종결 처리한 뒤에 이동했다.
면담 직후 20분 만에 범행 저질러... 경찰 '특별한 징후 없었다'
그러나 박대성은 경찰이 현장을 떠난 후 8분 동안 가게 안에 머무르다가 밖으로 나와 인근에서 길을 걷던 피해자 A양을 따라갔고, 0시 44분경 A양을 상해해 결국 경찰과 직접 대면한 지 20여 분 만에 살인을 저질렀다.
박대성은 범행 이후에도 약 2시간여 동안 흉기를 소지하고 술집과 노래방을 전전했다. 주차 차량을 이유 없이 발로 차다가 이를 목격한 차주와 시비가 붙어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박대성을 검거한 경찰관은 형의 신고를 받고 5분 동안 면담했던 경찰관과 같은 지구대 경찰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차 시비 조사 당시 경찰은 살인사건 발생과 용의자 인상착의에 대한 보고를 접수하고 박대성을 살인사건 용의자로 긴급 체포했다.
박대성은 범행 직후, 이 같은 상황과 행동들에 대해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라거나 "조금씩 나고 있다"며 진술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한편 전남 순천경찰서는 박대성을 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구속 송치를 앞둔 박대성은 취재진 앞에서 "조금씩 기억나고 있다"면서도 범행 경위 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