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의 핵심'(2002)과 '입속의 새'(2009, 한국어판 창비 2023)에 이은 사만타 슈웨블린의 세번째 소설집 '일곱채의 빈집'이 출간됐다.
실재와 환상을 넘나들며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특유의 재미는 여전하지만 "우리는 실감나는 현실에 깊이 빠져든다. 그 현실은 손에 잡힐 듯한 공포다. 그래서 더 무섭다"('파이낸셜 타임스')라는 평처럼 이번 소설집은 한 차원 높은 미학을 선보인다.
수록작들은 모두 '집'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때로는 집을 구경하기 위해 떠돌아다니기도 하며('그런 게 아니라니까'), 때로는 집 안에 갇혀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하고('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숨소리'), 때로는 집을 잃고 떠돌기도 한다('40제곱센티미터의 공간'). 소설집의 제목이 '일곱채의 빈집'인 데는 그러한 이유도 있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발행하며 공신력을 얻은 매거진 '오프라 데일리'는 "사만타 슈웨블린은 떠오르는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의 선두에 서 있다"라며 그의 대단한 작품성을 칭찬한 바 있다. 또한 '일곱채의 빈집'에 대해서는 "피와 욕망, 자아와 원초적 본능으로 맥박 친다"라는 평을 남겼다.
넷플릭스 영화로 제작되며 세계인의 환호를 얻은 베스트셀러 '피버 드림'이나, 타인이 조종하는 '반려 인형'을 집에 들인다는 탁월한 상상력으로 "인물 묘사의 장인"('LA 타임스')이라는 평을 얻게 해준 '리틀 아이즈'를 봤을 때 어쩌면 사만타 슈웨블린의 시대는 이미 도래해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