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설과 추석, 연말에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쌀을 기부해온 서귀포의 '노고록 아저씨'가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13일 서귀포시 따르면 지난 10일 익명의 독지가가 '더위가 심해도 추석은 왐수다, 모랑헌밥 해 잡수시고 건강하십시오(더위가 심했지만 추석은 왔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부드럽고 맛난 밥 해서 잡수시고 건강하십시오)'라는 메모와 함께 10㎏들이 쌀 100포대가 서홍동 주민센터에 기탁됐다.
배달업체를 통해 익명으로 쌀을 전달받은 서홍동 주민센터는 이 쌀을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 익명의 독지가는 1999년부터 설, 추석, 연말 등 매년 3회에 걸쳐 매번 쌀 100포를 기부해왔다.
'노고록 아저씨'라는 이름은 이 익명의 기탁자가 쌀을 기부할 때마다 '노고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메모를 함께 보내오면서 붙은 별명이다. 노고록은 '사람의 성질 따위가 여유롭다'는 뜻의 제주어다.
'노고록 아저씨'의 나눔은 올해 설에도 있었다. 그는 '살암시난 혼 해가 가수다. 명절은 돌아오고 노고록하게 잘 보냅써(살다보니 한 해가 갔습니다. 돌아온 명절 여유롭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난해 연말엔 '어두왁 볼각 살암시난 혼 해가 감수다. 새해는 더 노고록헙써(어둡고 힘들어도 살다보니 한해가 갔습니다. 새해에는 더 여유가 충만하시길 바랍니다)'란 메모를 쌀과 함께 보내왔다.
25년 넘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노고록 아저씨'가 누구인지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역의 원로가 거명되고 있지만 서홍동 측은 "이름이 밝혀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전해 들었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오희경 서홍동장은 "기탁자의 따뜻한 마음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