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유어 파더(I AM YOUR FATHER)"
영화 '스타워즈'를 본 적은 없어도 누구나 다스베이더의 이 명대사는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제(9일) 이 명대사를 남긴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제임스 얼 존스가 93세로 별세했다.
지난 9일(현지 시간) 미국 연예 매체 데드라인(Deadline)은 배우 제임스 얼 존스(James Earl Jones)가 이날 뉴욕주 더치스 카운티에 위치한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1931년 1월 미국 미시시피주에서 태어난 존스는 1957년 브로드웨이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그는 연극을 하며 '연극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토니상(연극 부문 남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이후 그는 1964년 스탠리 큐브릭의 블랙 코미디 걸작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는 굵고 허스키한 음색으로 다양한 목소리 연기를 하기도 했다.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SF 영화 '스타워즈'에서 다스베이더 역을 맡았을 때는 전직 보디빌더 데이비드 프로즈의 몸에 자신의 목소리를 입혔다.
다스베이더의 목소리는 많은 이들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존스는 스타워즈에 목소리 출연 대가로 불과 7,000달러(한화 약 939만 원)밖에 받지 않았음에도 이로 인한 광고 출연 덕분에 많은 돈을 벌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1994년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서는 무파사의 목소리를 연기하기도 했다.
존스의 전성기는 1980~90년대에 이루어졌다. 그는 '코난 더 바바리안', '꿈의 구장', '붉은 10월' 등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1998년에는 '라이온 킹 2'에서 다시 무파사 역을 맡았고 2019년 실사판 '라이온킹'에서도 역시 무파사 역을 맡았다.
존스는 위엄있으면서도 온화한 무파사의 목소리로 호평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존스는 CNN 광고 사이에 나오는 "디스 이즈 CNN(This is CNN)"이라는 멘트로도 유명하다.
언어 장애 극복하고 세계적인 배우가 됐던 제임스 얼 존스
이렇게 남다른 목소리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그는 사실 어린 시절 언어 장애로 고생했다고 한다.
존스는 5살 때부터 미시간주 더블린에 있는 농장에서 외조부의 손에 자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언어 발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후 고등학생 때 만난 영어 교사가 시를 낭독하는 습관을 길러줬고, 토론 수업, 독서 수업 등에 참여하게 하면서 그는 언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시간 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하면서 그는 언어 장애를 이겨낼 수 있었다.
그는 뛰어난 연기로 프라임타임 에미상(2회), 그래미상, 토니상(3회), 골든글로브상 수상하고 아카데미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연기에 대한 마음이 컸던 존스는 80대가 되어서도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했다.
존스의 사망 소식에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CNN은 성명을 통해 "존스는 수십 년 동안 CNN의 목소리였으며, 말을 통해 권위와 우아함, 매너를 독특하게 전달했다. 그 놀라운 목소리는 세상이 제임스에 대해 그리워할 많은 것 중 하나다"라고 애도했다.
'스타워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를 연기한 마크 해밀은 엑스(X·옛 트위터) "명복을 빌어요. 아빠(RIP, Dad)"라는 글과 깨진 하트 모양 그림을 올리며 그리움을 표했으며, '라이온 킹'의 감독 롭 민코프는 "라이온 킹에서 그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 그는 영화에 완벽했다. 그는 절대 지울 수 없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존스의 따뜻함과 뛰어난 유머 감각을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