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운 채 강도를 마주한 상황에 놀라운 기지로 위기 상황을 모면한 남성의 사연이 화제다.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직접 겪은 식물인간인 척해서 산 썰'이라는 제목의 사연이 올라왔다.
7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된 사연의 주인공 A씨는 9년 전 직접 겪은 소름 돋는 사연을 전했다.
당시 고등학교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계곡에 갔다가 허리를 다쳐 휠체어 생활을 했다는 A씨는 맞벌이를 한 부모님과 직업군인인 형이 집을 비워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일어나 걷기도 힘든 상황에 그는 집에서 유튜브를 보거나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게 다였다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낮잠을 자던 중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몸을 움직이려 해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가위에 눌린 듯했다.
A씨는 "가위에 눌렸는데 허리도 아프고 뭔가 움직이기도 귀찮아서 그냥 귀만 기울였는데 소리의 진원지가 우리 집 안방이더라. 그 시간에 절대 어머니가 집에 있을 리 없었고 집 안 구석구석 뒤지던 소리가 내 방문 앞까지 왔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눈만 깜빡였더니 식물인간으로 생각한 도둑, 맥가이버 칼로 팔 그어봐"
곧이어 문이 열렸고 A씨는 침대에 누운 채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도둑을 맞닥뜨렸다. 자칫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A씨는 "나는 눈만 멀뚱멀뚱 그 도둑을 쳐다봤고 말문도 막혀서 안 나오고 몸은 가위에 눌려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 방 침대 바로 옆에 휠체어 때문인지 그 사람이 나를 식물인간으로 착각한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도둑은 A씨를 식물인간이라고 확신한 듯 계속 A씨를 신경 쓰면서도 그의 방에 있는 물건을 가방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을 나서려다 말고 도둑은 A씨가 누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진짜 식물인간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도둑은 맥가이버 칼을 꺼내더니 A씨의 팔을 살짝 그었다고.
A씨는 "엄청 뜨겁고 아픈데 깊게 베인 건 아니라 참고 그냥 눈만 계속 깜빡였다. 소리를 내면 진짜 죽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도둑은 이후 집을 떠났다. A씨는 이후 2~3년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는 "9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팔에 난 상처가 남아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실제로 사진 속 그의 팔에 무언가로 그은 듯한 긴 흉터가 남아있었다.
안타깝게도 A씨의 팔에 흉터를 남긴 도둑은 잡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전문적인 사람이라 잡기가 힘들다고 하더라.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현관 패스하고 차들 사이로 다녀서 특정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경찰 말로는 밀가루를 묻히고 지문을 따서 들어온 것 같다고 하고 잡을 만한 단서가 하나도 없다더라. 마스크나 모자도 쓰고 있고 옷도 온통 검은색이라 특정이 안 되고 계단으로 다녔는지 엘리베이터 CCTV에도 찍힌 게 없다고 했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래도 안 다쳐서 천만다행이다", "자상에도 용케 참아낸 게 대단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에 또 다른 누리꾼들은 사연의 사실 여부를 의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