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인천 청라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기아에서 전기차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았다.
29일 현대차·기아는 "소방청에 따르면 자동차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 1.86건, 전기차 1.32건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비전기차에 비해 30% 정도 낮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난 사례는 더 적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되어야 불이 꺼진다'는 주장도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으며, 실제로 기타 부품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를 수반하지 않았다"고 했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성, 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화재 발생 시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으며, 배터리 화재의 경우에도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조기 진압 시 화재 확산 방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화재 완전 진압까지 걸리는 시간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오래 걸려 피해가 크다는 것도 대표적인 오해라고 주장했다.
전기차 화재의 특성 파악 및 소방 기술의 발전에 따라 화재 진압 시간을 줄여주는 여러 화재 진압 솔루션이 등장했으며, 소방 기술 솔루션 업체들은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을 10분 내외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어 전기차 화재의 진압 시간은 점차 짧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의 열폭주를 동반해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치솟기 때문에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위험하고 피해가 크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다른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1킬로와트시(kWh)의 열량은 3.6메가줄(MJ)로 가솔린 1리터의 열량 32.4MJ 대비 크게 낮다"고 했다.
이어 "같은 용량이라면 열량이 높은 연료를 싣고 있는 내연기관차의 화재 확산 속도가 더 빠르고 차량 외부 온도도 더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지하주차 등 실내에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전기차, 내연기관차 등의 차량 종류와 무관하게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충전량 제한, 화재 예방 근본적 해결책 아냐"
현대차·기아는 일부 지자체에서 배터리 충전량 90% 이하의 전기차만 지하 주차장 출입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충전량 제한이 화재 예방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100% 충전하더라도 안전 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됐으며, 만약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과충전을 차단하고 제어해 안전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또 전기차 화재의 원인은 대부분 셀 자체의 제조 불량이나 외부 충격으로 인한 내부 단락이라고 밝히면서 과충전에 따른 전기차 화재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오정보 확산을 막고 올바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제조사와 정부, 그리고 사회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안심 점검 서비스, 배터리 기본 점검 강화, 전기차 생애주기 통합지원 프로그램, BMS의 순간·미세 단락 감지 기술 적용, 배터리 이상 징후 문자메시지 전송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배터리 셀 제조사와 함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BMS를 통한 사전 진단으로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배터리 이상징후 통보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