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상대방과 신뢰 관계를 형성한 후 약점을 잡아 성적 노예 혹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온라인 그루밍'. 이 범죄에 특히 취햑한 이들은 아동 및 청소년들이다.
실제로 온라인 그루밍 범죄 피해를 호소하는 아동 및 청소년들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지만, 현행법상 이를 성범죄로 규정하기에는 혐의 입증이 어려운 실정이다.
강간, 유사 강간,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을 성립 요건으로 하고 있지만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지배된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성범죄로 규정할 수 있는 '물리력 행사'나 '강압' 등의 중요 요소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 그루밍'을 성범죄로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 27일 KBS는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이용해 10세 여아에게 '온라인 그루밍'을 가한 30대 남성 A씨가 1심의 판결과는 달리 2심에서 성범죄 혐의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동학대'와 '성 착취 목적 대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에서 아동학대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뒤집힌 2심의 판결
A씨가 피해 아동에게 성행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촬영 등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심에서는 "피해자 또래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을 판단해야 한다"며 "(A씨와 아동의 대화 내용이)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킨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심은 '온라인 그루밍'을 성범죄의 일환으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신진희 성폭력 피해자 국선전담 변호사는 "아이들이 게임을 하러 들어갔다가 성 착취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선례를 보여주는 판례"라고 설명했다.
한편 A씨는 지난 2022년 '제페토'에서 10세 여아에게 접근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해서 보냈다.
당시 A씨는 피해 아동에게 '입 벌리고 아 하는 사진', '뽀뽀하는 입술 사진', '헝클어진 머리 사진' 등을 요구했고 각자가 서로의 소유물이며 특정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한다는 서약서까지 작성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