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7일(금)

"역하고 비린 맛 나" 카페 여직원 음료에 '체액' 넣은 20대 남성... '재물손괴' 혐의만 적용돼


SBS '뉴스 8'


"잠깐 둔 음료를 마셨는데 역하고 비린내가 났어요"


카페 여직원의 음료에 몰래 체액을 넣은 20대 남성에게 '재물손괴' 혐의만이 적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SBS '뉴스 8'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발생한 체액 테러 사건의 가해 남성 A씨에게 음료 컵을 훼손했다는 내용의 재물손괴 혐의만 적용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건은 지난달 2일 발생했다. A씨는 서울의 한 여대 인근 카페에서 홀로 일하던 여성 B씨가 자신이 주문한 빵을 준비하는 동안 B씨가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몰래 체액을 넣었다.


이후 커피를 마신 B씨는 역하고 비린 냄새에 바로 이를 뱉어냈다.


카페 내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B씨는 A씨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음료 컵에 넣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 영상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A씨는 추적을 피하려 개인정보가 남지 않는 모바일 쿠폰으로 결제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경찰은 CCTV 영상을 추적해 A씨의 카드 사용 내역을 확보했고, 언론 보도로 불안함을 느낀 A씨는 경찰이 카드사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직전인 지난달 12일 자수했다.


A씨는 음료에 넣은 이물질이 자신의 체액이었다고 진술했다.


성적 불쾌감을 느낀 B씨는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달라는 의견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성적 불쾌감 호소에도 '재물손괴'만 적용...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같은 체액 테러 사건은 지난해 9월에도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경남 사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여교사의 텀블러에 몰래 체액을 넣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도 재물손괴 혐의만이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여교사는 "혼자 있어도 환청을 들었다. 그 정도로 너무 바들바들 떨리고 무서워서. 텀블러값 3만 5천 원, 정말 내 상처가 딱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기분이다"라고 토로했다.


현행 형법상 '강제추행'은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기준으로만 적용되고 있다.


판례를 보면 여성이 입고 있는 옷 등에 체액을 묻힌 경우에는 재물손괴와 함께 강제추행죄가 인정됐다.


하지만 2020년 피해자의 텀블러를 몰래 가져가 6차례나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사례는 재물손괴로만 처벌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문유진 변호사는 SBS에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걸 보면서 사실 즐기고자 하는 분명히 그런 의도가 있는 거지 않나. 입법적으로도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물건을 상대방이 접촉하도록 한 사람을 '성범죄'로 처벌하자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