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와 관련해 최초 1119 신고자와 소방 접수 요원 간의 긴박했던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확보한 '부천 원미구 숙박시설 화재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이번 화재와 관련한 최초 신고는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 20초에 접수됐다.
호텔 관계자로 추정되는 신고자는 처음에 "중동 OOO 호텔인데요. 밖에. 아아 불이 났어요"라고 말했다.
접수 요원은 정확한 호텔 이름을 다시 여러 차례 확인한 뒤 "어디서 불이 나는 거 같아요?"라고 묻자 "여기요. 객실이요. 810호요"라며 최초 발화 지점을 말했다.
이후 접수 요원은 소방 차량을 먼저 출동하도록 조치한 후 신고자에게 끊지 말고 호텔 이름을 천천히 말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또 "810호 어디 침대나 창문 어디"라며 객실 안 구체적인 발화 장소를 여러 차례 물었다.
접수 요원은 그러면서 "대피는 하셨어요?"라고 물었고, 신고자는 "대피 안 했어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접수 요원은 "사람들 대피 먼저 하세요. 대피"라고 안내한 뒤 "여보세요"라고 신고자를 불렀으나, 신고자는 "아아"라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또 접수 요원이 "손님 다 대피했느냐"라고 되물었지만, "아..."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 듯하다. "여기"라는 짧은 말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이러한 최초 신고가 접수되고 3분 만인 오후 7시 42분에 소방 경보령인 대응 1단계가 발령됐고, 4분 만인 저녁 7시 43분에 부천소방서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선착대 도착 당시 이미 호텔 7층에서는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화염이 확산했고, 내부에는 검은 연기가 가득 찬 상태였다. 이에 소방관들은 진입과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화재 사고로 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807호에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린 남·여 투숙객 2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나머지 사망자 5명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으로 조사됐다.
소방 관계자는 "정확한 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810호 내의 벽걸이 에어컨에서 전기 누전이 발생하면서 불꽃이 뛰었고 바로 아래 비닐 소파와 인근 침대로 불길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호텔 측 관계자로 추정되는 최초 신고자와 810호를 처음 배정받고 타는 냄새가 난다고 방 교체를 요구했던 투숙객은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에어컨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여"
한편 MBN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810호 투숙객이 에어컨 문제로 호텔 프런트에 문의를 하러 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방에 들어갔다가 2분 만에 나온 투숙객은 프런트로 향했고, 이후 투숙객이 열어둔 문에서 연기가 나더니 2분도 채 걸리지 않아 복도 전체가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합동 감식을 진행한 수사본부는 이 CCTV 화면과 참고인 진술 등을 근거로 에어컨에서 누전이나 합선 등의 전기적 요인이 발생해 불꽃이 튀면서 소파 등의 가구로 옮겨붙어 순식간에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