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나 5분도 버티기 힘들 것 같아. 내 몫까지 잘 살아줘"
지난 22일 밤, 경기 부천 소재의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시민 7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망한 7명은 모두 한국 국적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20대 남성 1명과 여성 2명, 30대 남성 2명, 40대 여성 1명, 50대 남성 1명이다.
23일 오전 2시, 피해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인천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곡소리가 울렸다. 해당 호텔 화재로 숨진 여성 김모(28)씨의 아버지(56)는 딸과 나눈 마지막 전화 통화 내용을 이야기하며 오열했다.
이날 중앙일보가 전한 바에 따르면 사망한 김씨는 전날 오후 7시 22분, 화재 발생 시각 3분 만에 전화를 걸었다. 연기가 너무 심하고, 방안에 가득 차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25분 뒤, 딸은 아빠에게 다시 전화해 "5분도 못 버틸 것 같아. 내 물건은 다 버려줘. 내 몫까지 잘 살아야 해"라고 당부했다.
매체에 따르면 사고가 난 날은 아버지 김씨의 생일이었다. 딸은 "아빠 잘 다녀올게"라고 말한 뒤 집을 나섰다고 한다.
딸이 숨진 날은 아버지 생일..."스프링클러 없었다"
아버지 김씨는 "생일에 딸 제사상을 차려야 하는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라며 눈물을 쏟았다.
숨진 딸은 집안의 가세가 일찍 기운 탓에 경제 전선에 일찍 뛰어들었다고 한다. 낮에는 휴대전화 매장에서, 밤에는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일했다. 최근에는 학업의 끈은 놓지 못해 방송통신대학에 등록했다.
김씨는 "딸아이가 '연기만 가득 차 있고 (천장에서) 물이 안 나온다'고 했다"고 전했다. 고인이 발견된 곳은 객실 화장실이었다.
실제 불이 난 호텔의 62개 객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호텔은 2003년에 건축이 완료됐다. 지난 2017년 개정된 건축 소방법에 따르면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 층별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기관 등을 제외하곤 설치 의무가 소급 적용되진 않기 때문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 신고 접수 3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오후 7시 43분경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오후 7시57분경 '대응 2단계' 경보령을 발령하고 진화 작업을 벌였다.
인력 153명과 펌프 차량 등 장비 46대를 동원해 이날 오후 10시26분께 화재를 진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