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사고로 인해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가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하는 데 있어 주요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산 배터리 제조사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 KG모빌리티, BMW,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폴스타, 토요타, 폭스바겐, 아우디, 스텔란티스 그룹 산하 브랜드 등이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있다.
제조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20종의 전기차 가운데 중국산인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기아 니로 EV SG2, 레이 EV, 현대차 코나 SX2 EV 등 총 3종이다.
이외 14종은 SK온의 배터리가, 9종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사용됐다.
BMW가 국내에 선보이고 있는 전기차 11종 중 2종에는 CATL 배터리가 그 외 9종의 차량에는 삼성SDI가 제조한 각형의 배터리 제품이 탑재됐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경우 국내에 판매 중인 14개 차량 모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국산 배터리를 장착했다.
푸조의 e-208 및 e-2008 SUV, DS 오토모빌의 DS 3 E-Tense 모델과 다음 달 출시 예정인 지프의 첫 순수 전기 SUV 어벤저는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지프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랭글러 4xe와 그랜드 체로키 4xe는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갔다.
논란의 중심에 선 벤츠코리아의 경우 공개 차종 11개 가운데 8개가 CATL, 파라시스 등 중국 업체 배터리가 탑재됐다.
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은 EQC 400 4MATIC(LG에너지솔루션), EQA(SK온), EQB(SK온) 3종에 불과했다.
이번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향후 출시되는 전기차들은 탑재하고 있는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성 확보 위해 기술 개발 힘쓰는 LG엔솔·삼성SDI·SK온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전기차 화재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안전성에서 중국 제조사보다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산 배터리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 배터리 제조사 3사는 그동안 배터리 안전성 강화를 위한 첨단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설계 최적화를 통해 열 제어 기술을 향상시킨 하이니켈 NX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개발했다.
또한 니켈 함량을 50~60% 수준으로 낮추고 망간 함량을 높인 미드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의 경우, 발열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열 안전성이 3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배터리 폼팩터 중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각형 배터리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넓은 밑면으로 하부 냉각판과 접촉면을 키울 수 있어 구조상 발열 전파를 막는데 효과적이다.
내부 가스를 내보내는 벤트(배출구)와 특정 전류가 흐를 때 회로를 차단하는 퓨즈 등 각종 안전장치도 특징이다. 또 단계별 전문가로 구성된 '열 전파 방지 협의체'를 사내에 구성해 제품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는 'Z폴딩' 기법을 통해 배터리 셀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양극과 음극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해 화재 발생 위험을 낮췄다.
분리막 사용이 일반 공정 대비 많으나 안전성을 높일 수 있어 첨단 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했다는 게 SK온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