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05일(목)

스쳐 지나간 인연을 앓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가슴 뭉클한 시 한 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Boredpanda 'Oscar Keserci'


인연(因緣).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뜻한다. 파생어로 인연하다, 라는 술어도 있다. 서로 관련을 맺어 어떠한 일이 이루어지거나 생긴다는 뜻이다.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인연이 뜻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당신은 더욱 서투르다. 다치기 싫은 마음에 꽁꽁 가시를 세워버리고 만다. 오해와 애증으로 점철된 관계는 그렇게 끝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아쉬움과 그리움만 더 짙어질 줄은 미처 모른 채 떠올리지 않으려 애를 쓴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DEVIANTART 'blackismyheart90'


생각하지 않으려 일부러 약속을 잡아 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놀다가 돌아가는 길, 혼자가 되자마자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존재는 다름 아닌 그 사람이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종종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 동시에 시간을 돌리고 싶은 만큼인 이 진심을 몰라주는 상대가 원망스럽다. 나 자신을 잃게 할 만큼 휘둘리는 감정이 몸서리쳐진다.


괜찮은 것 같다가, 이렇게는 못 살 것 같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Boredpanda 'Oscar Keserci'


하지만 결론은 같다. 그 사람을 잊을 수가 없다는 것.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시인 나희덕의 시 '푸른 밤'은 사랑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그려냈다. 밤이 푸르도록 지새우며 스쳐 지나간 인연을 앓는 사람이 하고 있는 게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한 번의 별의 반짝임, 꽃의 흔들림 하나가 예사롭지 않은 사람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다.


사랑에 빠진 그는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시의 마지막은 직접 확인해보자. 아래 전문이다.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