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한 90대 남성이 정처없이 길을 헤매고 다녔다.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지 제대로 알지 못한 듯 거리를 배회했다. 

그는 한 집배원이 기지를 발휘한 덕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알고 보니 할아버지는 6·25전쟁과 월남전에 해병 신분으로 참전한 국가유공자였다. 

지난 6일 우정사업본부는 산청우체국 소속 단성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정세영 집배원이 지난 6월 12일 늦은 밤 진주역 인근에서 가족과 산책을 하던 중 한 노인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정 집배원에 따르면 당시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국가유공자 모자를 착용하고 있던 노인은 오랜 시간 방황했는지 땀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노인의 휴대전화를 통해 그의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린 정 집배원은 노인을 시원한 카페로 데려갔고 가족이 도착할 때까지 그를 안정시켰다.

이창수옹, 과거 6·25전쟁과 월남전에 해병 신분으로 참전

거리를 배회하던 노인은 정 집배원 덕분에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거리를 배회하던 아버지를 찾아 준 정 집배원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던 노인의 딸은 지난 2일 국민 신문고에 정 집배원의 행동을 칭찬하는 글을 올렸다.

노인의 딸은 "아버지가 6·25전쟁과 월남전에 해병 신분으로 참전한 국가유공자이다"라며 "서울에 사시는 아버지께서 제가 사는 사천에 오셨다가 병원 입원 중 갑자기 사라지셨다. 사천 시내를 돌아다니며 아버지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진주역 앞이 아직 개발 초기라 어두컴컴하고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거리를 헤매던 아버지가 탈진해 쓰러졌다면 아무도 몰랐을 텐데 친절한 집배원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다"며 정 집배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6·25전쟁과 월남전에 해병 신분으로 참전한 국가유공자 이창수옹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택시에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처음 치매 증세를 보인 이옹은 진주역 인근의 행인들에게 '나 좀 도와달라. 경찰서에 데려다 달라'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거리에서 2시간가량 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집배원은 "산책 중 보게 된 어르신의 행동이 이상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맨발에 슬리퍼를 착용하고 온몸이 땀에 젖어계셔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정 집배원의 센스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대한민국을 위해 몸을 바쳤던 군인을 안타깝게 잃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