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24 파리 올림픽을 통해 '모자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탄생해 화제다.
배드민턴 혼합복식 은메달을 거머쥔 김원호(25·삼성생명)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일(현지 시간) 세계랭킹 8위 김원호-정나은(화순군청) 조는 프랑스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에서 세계 1위 정쓰웨이-황야충(중국) 조에 0-2(8-21 11-21)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한국 배드민턴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딴 첫 메달이자, 2008 베이징 올림픽 이용대-이효정 금메달 이후 16년 만의 혼합복식 첫 메달이다.
또 김원호는 이번 은메달로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초대 우승자인 어머니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과 '모자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길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복식 동메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과 여자복식 은메달을 따낸 배드민턴계 전설이다.
아들 김원호와 길 감독의 올림픽 출전은 많이 닮아있었다. 당초 김원호는 이번 대회 메달 후보가 아니었다. 세계 8위였으나 같은 종목 세계 2위이자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나은과 짝을 이룬 김원호는 준결승에서 서승재-채유정 조와 만났고 이전까지 5전 전승한 서승재-채유정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2-1(21-16 20-22 23-21)로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결승에 진출했다.
길 감독 역시 28년 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혼합복식 메달 후보가 아니었다.
주 종목이 여자복식이었을 뿐만 아니라 혼합복식에는 세계 최강 박주봉-라경민이 있었다. 하지만 길 감독은 후배 김동문과 함께 박주봉-라경민과 결승 맞대결을 펼쳤고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원호 "어릴 때부터 엄마를 보며 올림픽 꿈 키워"
김원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릴 때부터 엄마를 보면서 올림픽 꿈을 키웠다. 올림픽에서 금, 은, 동을 다 따셔서 그에 대한 부담감이 아직 있다"며 "사실 결승에서 욕심을 냈지만 상대가 더 많은 노력을 했다. 저희가 노력이 부족했다. 한 번 더 많은 걸 느끼고 다시 새로운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 출전만으로도 영광스러운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라며 기뻐했다.
김원호는 "엄마가 '올림픽 무대는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것이다.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면 된다'는 말을 해줬다"며 "이제 제가 '길영아의 아들'로 사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