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남자 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회 3연패를 달성한 가운데 새로운 스타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현재 군인 신분인 도경동은 오는 10월 전역을 앞두고 '셀프' 조기 전역을 하게 됐다.
앞서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오상욱, 구본길, 도경동, 박상원으로 구성된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을 치렀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헝가리를 45대 41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금메달로 한국은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 대회에 이어 이 종목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게 됐다.
모든 선수가 함께했기에 가능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예비 선수로 함께 한 도경동이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도경동은 7라운드에서 구본길을 대신해 피스트에 올랐다. 개인전 출전권은 없는 단체전 후보 선수였던 도경동의 이번 대회 처음이자 마지막 출전이었다.
30-29 한 점 차이로 리드를 지키는 상황이었던 만큼 충분히 달아나는 것이 중요했다. 도경동은 기다렸다는 듯 상대의 허를 찔렀다. 5점을 내리 뽑아내며 점수 차를 35-29로 벌려놨다.
한국 대표팀이 승기를 확실하게 잡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세가 오른 대표팀은 끝까지 리드를 지키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질 자신이 없었다" 자신감 드러내
도경동은 자신의 경기력에 충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경기 후 그는 "올림픽 금메달은 꿈이자 선수 인생 최종 목표였다. 개인적으로 꿈을 이룬 것과 우리 팀이 3연속 우승한 것 모두 기분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7라운드에 투입될 때 형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믿음을 줬다. 나도 질 자신이 없었다"며 "들어가기 전에 이겨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그게 지켜졌다"며 웃어 보였다.
형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몸이 근질근질했다는 도경동은 "내가 어떤 놈인지 보여줄 수 있어 정말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
10월 16일 전역일인 그는 취재진의 '두 달 남았는데 만기 전역할 생각 없냐'는 질문에 '어휴'라는 짧은 한숨과 함께 "(사회에) 나와서 펜싱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센스 있게 답변했다.
한국 대표팀 맏형 구본길은 10살 어린 '당찬 후배' 도경동에게 혼나기도 했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위계질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스포츠계에서 한참 후배에게 혼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도경동은 펜싱 사브르 단체전 8강전 이후 구본길에게 "형은 왜 자신감이 없냐. 형은 자신 있게 해야 한다"고 화를 냈다고 한다. 또 "형을 믿는다. 형 뛰어라, 내가 뒤에 있으니 한 번 더 해봐라"고 힘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자신감이 부족했던 구본길은 반박할 수 없었고 "어 그래, 맞아, 경동아. 내가 지금 약해. 더 자신 있게 해볼게. 근데 경동아 왜 화내?"라며 분위기를 풀어줬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도경동은 자신이 경기에 나설 기회까지 마다하며 선배를 믿었고 그런 선배가 자신감 있게 경기를 해내길 원했다. 구본길 역시 후배의 속내를 잘 알고 있었기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서로의 믿음이 값진 금메달을 만들어 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