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차례 올림픽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한국 사격이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전통의 효자 종목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28일(한국 시간) 공기권총 10m에서 오예진과 김예지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었다.
한국 사격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동반 수확한 것은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50m 권총 진종호(금)-최영래(은) 이후 12년 만이다.
또한 오예진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노골드'에 그쳤던 한국 사격의 금맥을 다시 되살렸다.
19살 천재소녀 오예진과, 5살 딸을 둔 엄마사수 김예지
이날 결선은 오예진과 김예지의 선두 경쟁으로 펼쳐졌다. 다른 나라 선수가 모두 탈락하고 오예진과 김예지 두 명이 남았고, 마지막에 오예진이 10.6점을 쏘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8년 만에 한국 사격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오예진은 머릿속으로 자신이 금메달을 따고 환호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상상했다고 한다.
그는 금메달을 획득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여기 오기 전부터 결선 마지막 발을 쏘고, 금메달을 들고 환호하는 걸 계속 상상했다. 그게 실제로 이뤄지니까 정말 기쁘다"고 했다.
이어 "딱 마지막 발에 확신이 있었다. '이건 들어갔다' 싶더라. 그래서 쏘고 안전기 끼우고 돌아서서 진짜 크게 소리 질렀다"며 금메달의 순간을 떠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오예진은 메달 후보로 분류되지 않았다. 지난해 고교 9관왕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아직 세계 무대에서 싸우기에는 경험이 부족했다.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 랭킹 35위로 정상과 거리가 있었지만 그는 이번 대회에서 신들린 듯한 사격 솜씨를 보여주며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그는 "제가 메달 유력 후보는 아니라고 해도, 그런 건 신경 안 썼다. 내 것만 하면 다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처럼 하면 다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오예진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건 김예지는 유치원에 다니는 5세 딸을 둔 엄마다.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입촌했을 때부터 몇 달째 딸과 영상 통화로만 얼굴을 보고 있다.
은메달을 목에 건 김예지는 "딸이 유치원 가서 엄마가 올림픽 나간 거 자랑할 거다. 그리고 올림픽에서 메달 딴 것도 자랑할 수 있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대회에 앞서 "내 목표는 금메달 3개"라고 자신 있게 말했던 김예지는 "약속드린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은메달도 가치 있다"고 했다.
이어 "만족은 못 해도, 다음 경기에서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오예진과 김예지의 파리 올림픽은 계속된다.
오예진은 오는 29일 남자 권총 간판 이원호와 함께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 예선에 출전하며 여기서 상위 8위 안에 들면 30일 결승에 진출한다.
김예지 역시 조영래와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 예선 및 결승에 출전하고, 8월 2~3일 벌어지는 여자 25m 권총에도 도전장을 내민다.
한국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쓸어 담아 역대 최고 성적을 낸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런던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