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의대생 최모(25)씨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최씨 변호인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살인 혐의 첫 재판에서 "세부 사실관계는 조금 다르지만 피해자를 살인했다는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5월 6일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최씨는 여자친구이던 피해자와 올해 2월부터 교제를 시작해 두달 뒤인 4월 피해자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채 혼인신고를 했다.
피해자 부모는 이를 뒤늦게 알고 혼인 무효 소송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5월 초 최씨의 제안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결별 등 문제로 다퉜고, 최씨는 이때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치명적 도구로 잔혹한 살인 범행을 저지르고,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상대로 사체 손괴에 가까운 범행을 실행하는 등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며 "진지한 반성보다는 합리화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모범적으로 살아왔던 사람으로, 갑자기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변호인으로 납득이 어려웠다"며 "범행 전 정신과 진단으로 복용한 약품이 불안장애·강박에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을 위해 제대로 된 정신감정을 받아봤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최씨 측 변호인의 제안에 검찰은 반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며 재판부도 "정신감정보다는 복용한 약품의 부작용 등에 대해 사실 조회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양형 증인으로 피해자 부친과 최씨의 모친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