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가 발생한 급박한 상황, 불길을 잡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할 소방관들이 차 한 대 앞에 섰다. 소화전 바로 옆에 딱 붙여 주차한 차량 때문이었다.
소방관들은 망설임 없이 이 차의 창문을 깨기 시작했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미국 CBS '인사이드 에디션(Inside Edition)'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소방관들이 소화전에 접근하기 위해 차량의 창문을 깨는 영상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해당 영상은 전날(12일) 미국 뉴욕시 브롱크스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현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SNS에서 화제가 됐다.
이날 브롱크스에서는 여러 점포가 불타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한시가 다급한 상황,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하지 못하자 소방관들은 장애물로 판단하고 급히 차량 조수석과 운전석의 창문을 부쉈다.
온 힘을 다해 창문을 부순 소방관들은 불법 투기한 쓰레기를 치운 후 차량 창문을 통해 호스를 소화전에 연결했다.
불법 주차 차량이 없었다면 소방관들은 더 빨리, 더 힘을 들이지 않고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화전 인근 불법 주차는 화재 발생 시 원활한 진압을 방해해 인명피해를 키울 수 있는 불법 행위다.
하지만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저런 곳에 불법 주차한 차주가 자초한 일이다", "불법 주차이니 창문이 깨져도 어쩔 수 없다" 등 소방관의 행동이 이해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에 또 다른 누리꾼들은 "영상을 보면 차량이 주차된 위치보다 소화전이 앞에 있다. 불법 주차는 맞지만 창문을 깨지 않고 조금만 앞으로 갔어도 소화전에 연결할 수 있었다"며 창문을 부순 것은 불필요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현직 소방관이라는 한 누리꾼도 "소방관인 내가 보기에도 불필요한 행동이다"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영상에 대해 뉴욕주 나소 카운티 소방서장 마이클 우타로(Michael Uttaro)는 "화재 진압에는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소화전 인근에 장애물이 발견될 경우 이를 극복해야 한다. 이 소방관들에게는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을 텐데 그들은 창문을 깨는 것을 선택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개인적으로 그들을 비판할 마음이 없다. 이 차주는 마땅한 보상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누리꾼 반응 갈렸는데... 알고 보니 '상습범'
그런데 이후 차주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여론이 뒤집혔다.
소화전 인근에 불법 주차했던 차주는 지난 2년간 33번이나 소화전 근처에 주차를 한 상습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로 인해 총 9,255달러(한화 약 1,283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고 한다.
한편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방 호스를 창문 사이로 연결하는 이유는 호스가 휘어지거나 꼬이게 되면 적정 유량이 방수되지 않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수압으로 호스가 터져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호스의 무게 때문에 경로를 가로막는 차량 위에 올릴 경우 차체가 손상될 수 있어 창문을 깨고 통과시키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