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약 7조 5천억원으로 국내 4위 부호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치소 밥을 먹게 될 위기에 놓였다. 그는 오늘 오후 실시된 구속 전 피의자 심사(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당도한 뒤 '10초' 만에 문 안으로 들어갔다.
22일 오후 1시42분 김 위원장은 본인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구속 전 피의자 심사(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검찰 호송차를 타고 서울남부지법 정문에 도착했다.
차에서 하차한 김 위원장의 얼굴에는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다. 국내 내수경제를 흔드는 기업 카카오의 오너로는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은 "SM엔터 시세조종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있느냐" "카카오그룹 투자심의위원회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보고받은 부분을 인정하느냐"라고 질문했지만, 이때껏 그래왔듯 김 위원장은 침묵을 이어갔다.
그는 불과 '10초' 만에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방호 직원이 받쳐든 우산 아래 있던 김 위원장은 입을 앙 다물고만 있었다.
검찰은 '시세조종 지시' 입증 자신...김범수 측 "절대 아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는 김 위원장을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심사를 마치고 구로구 소재 남부구치소로 이동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할 예정이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혹은 내일 새벽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2월 김 위원장은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여억 원을 투입,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과 김 위원장 측은 시세조종 직접 지시·승인 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여왔다. 이 사안을 두고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검찰은 "카카오 총수인 김 위원장이 하이브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그룹 차원에서 벌인 시세조종을 몰랐을 리 없다"라며 "직접 지시하고 승인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과 공모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의 구속 심사에서 200쪽 분량의 PPT 자료를 제시하며 구속 당위성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위원장 측은 SM엔터 인수 관련 내용을 보고받아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인수 방법과 관련해선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시세조종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영장 청구 다음 날(18일) 김 위원장은 "어떠한 불법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다"라고 공식적으로 말했다. 변호인단도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고 반박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기준은 크게 도주 우려, 증거 인멸 우려, 사안의 중대성 등이다. 김 위원장이 기업 총수로서 도주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은 이날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