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감독이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에서 사임한다.
16일 베스트일레븐은 말레이시아 축구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김 감독이 오늘 오후 3시 30분(한국 시간) 쿠알라룸푸르 페탈랑자야에 위치한 말레이시아축구협회 본부 건물에서 사임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사임 기자회견을 하는 건 자신의 퇴임과 관련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지난 2년 6개월 동안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을 이끌며 느꼈던 현지 축구 팬들의 애정에 감사를 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지난 2022년 1월 말레이시아와 계약을 맺고 2년 6개월 동안 팀을 이끌었다. 그동안 김 감독은 2022 AFF(동남아시아축구연맹) 미쓰비시 일렉트릭 컵 4강 진출, 카타르 아시안컵 본선행 등을 이끌었다. 특히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의 아시안컵 본선 진출은 43년 만의 성과였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D그룹에서는 3승 1무 2패를 기록해 3위로 아쉽게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다만 말레이시아 축구 대표팀은 2차 예선 3위 팀 중 가장 많은 승점(10점)을 얻었다.
축구팬들 "한국 축구로 돌아와달라"
김 감독의 사임 소식은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축구 팬들은 최근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축구계 문제를 해결할 인물로 김판곤 감독을 지목하고 있다.
이들은 "형님 제발 다시 와주세요", "협회에서 다시 한번", "내년 1월에 축구협회 회장에 나가주세요" 등의 반응을 내비치는 중이다. 일부 팬들은 "울산 감독으로 취임해 달라"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김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 진출을 하는데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부임 전 해외 리그에서 시즌 도중 부진한 성적으로 재차 경질되면서 커리어 하락세를 걷고 있었다. 그리스와 중국 등에선 소속 선수들과 마찰을 빚어 평판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던 김 감독은 한국 축구의 철학과 기준을 토대로 감독 후보군을 추려 면접을 진행했고, 선임 가능한 인물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벤투 사단 영입을 결정했다.
비판 목소리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김 감독은 벤투 감독에 대해 "유로 2012, 2014 월드컵 때 보여준 벤투 사단이 가진 훈련 프로그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그와 함께 온 코칭스태프들까지 보고 나니 "정말 전문적이고 높은 수준의 지도를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들었다고 했다.
실제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고 좌충우돌을 겪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벤버지'(벤투+아버지)로 불리며 한국을 떠나게 됐다.
축구 팬들은 당시 김 감독이 미친 영향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이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김 감독이 축구협회로 돌아와 문제를 해결해 주길 기다리는 중이다.
다만 김 감독의 다음 행보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일각에서는 김 감독과 홍명보 감독의 친분을 이유로 김 감독이 홍 감독을 도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앞서 김판곤 감독은 말레이시아에 남아 올해 11월에 있을 2024 AFF 미쓰비시 일렉트릭 컵 4강, 2027 AFC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 본선행 등 다음 목표를 제시하며 도전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어 이번 사임 결정은 다소 갑작스러운 느낌이 있다.
오늘 3시 30분에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