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매독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10일 NHK 등에 따르면 국립감염증연구소는 올해 상반기 일본 전역에서 보고된 매독 감염자 수가 6772명으로 지난해 7448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고 발표했다.
지역별로 보면 도쿄 1732명, 오사카 889명, 아이치현 386명으로 지난해보다 10% 정도 감소한 수치지만 15개 도·현에서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내 매독 감염자 수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증가 추세다. 지난해에는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1만 4906명으로 집계됐다.
시게무라 가츠미 데이쿄대학 교수는 "올해도 빠른 속도로 매독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계속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예방이나 검사 등 성 감염증 대책에 대한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독 전염력 강해...키스, 목욕물로도 전염된 사례도 있어
매독은 가장 대표적인 성병 중 하나로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트레포네마 팔리둠(Treponema pallidum)이라는 스피로헤타(spirochetes) 병균에 의해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보통 피부 등 얇고 약한 점막을 통해 감염되며 주로 성관계에 의해 전염된다.
중요한 건 성교가 없더라도 점막이나 피부와 매독균이 접촉하면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구강성교를 통해 전염되거나 심지어 키스 또는 목욕탕 물에서 전염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보통 3주 정도의 잠복기를 지나면 1기 매독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 없이 생기는 궤양이다. 궤양 부위는 남성은 음경, 항문 주의 피부나 구강점막에서 관찰된다. 여성은 외음부와 자궁 경부 쪽에서 나타난다.
매독 증상은 보통 4~6주 내로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3개월 뒤 전신 피부 발진이 나타나는 2기 매독으로 이어진다. 2기 매독의 경우 환자의 30~40%가 3기 매독으로 악화한다. 3기 매독 증상으로는 고무종, 심혈관 매독, 신경 매독 등이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 성 감염증학회 이사장 겸 사포로 의대 교수인 다카하시 사토시는 "감염자의 증가와 함께 선천성 매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매독은 치료할 수 있는 병이므로 신경 쓰이는 증상이나 불안함이 있다면 주저 없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선천성 매독이란 매독에 감염된 임산부의 태반을 통해 신생아 또한 매독균에 감염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 사산이나 장애아를 낳을 위험이 커진다.
미국에서도 매독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195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매독 감염 건수는 2022년 기준 20만 7255건이었다. 이는 전년보다 17%, 5년 전인 2018년보다 약 80% 급증한 수치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성 매개 감염병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매독 환자 신고는 386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373건보다 약 3.5% 늘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검사 방법의 변화로 인한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들어 신고 체계가 표본 감시 체계에서 전수 감시 체계로 바뀐 현상이란 설명이다.
기존 표본 감시체계에서는 1기, 2기, 선천성 매독만 신고 대상이었지만 올해 시행된 전수 감시체계에서는 3기 매독과 조기 잠복 매독까지 추가해 확인하는 등 신고 항목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