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6일(목)

'범죄도시' 스타일리스트 조은혜...파리 패럴림픽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된 사연


(좌)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여자 에페 단체 8강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조은혜 선수 / 뉴스1, (우) 조은혜 선수 / Instagram 'grace_jjoeh'


2024 파리 패럴림픽 개막식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조은혜의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휠체어 펜싱 세계랭킹 3위 조은혜(39)는 과거 영화계에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다. 그의 대표작은 2017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 '범죄도시'다.


조은혜는 '범죄도시' 분장팀장으로 참여해 마동석 등 배우들의 스타일링을 맡았다.


'범죄도시' 외에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굿바이 싱글' 등의 영화에서도 분장팀으로 캐릭터들의 비주얼을 완성시켰다.


이렇게 잘 나던 스타일리스트였던 그는 지난 2017년 낙상 사고로 인해 좋아하던 일을 포기해야 했다.


우연히 본 뉴스 영상으로 '휠체어 펜싱'에 푹 빠져


영화 '범죄도시' 스틸컷


2017년 낙상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조은혜는 우연히 뉴스를 보다가 휠체어 펜싱을 접하게 되면서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조은혜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병원에서 재활을 하다 저녁 9시 스포츠 뉴스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휠체어 펜싱이 나왔다. 하얀 복장에 치마처럼 예쁜 에이프런을 입고 경기하는 선수의 모습에 반했다"며 "무작정 장애인펜싱협회에 연락해 운동을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낙상 사고 전 바쁜 직장인 생활에 웨이트 트레이닝 정도만 했다는 그는 낙상사고 3~4개월 뒤 의사로부터 '이제 걷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조은혜는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아야 좋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 무조건 운동을 하자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휠체어 펜싱에 발을 들인 조은혜는 조금씩 실력을 쌓아갔다.


첫 대회에서는 상대에게 너무 많이 찔려 완패를 당했다고. 조은혜는 "너무 분해서 오기가 생겨 더 열심히 훈련했고, 두 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3등을 했다. 비장애인으로 생활할 때는 경험해 보지 못한 승리의 희열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Instagram 'grace_jjoeh'


그는 "장애인이 된 뒤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는데, 휠체어 펜싱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많이 회복했다"며 "언젠가부터 자신감을 갖고 선수 생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휠체어 펜싱은 내 인생의 전부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피나는 노력과 용감한 도전을 이어간 조은혜는 지난해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2023 전국장애인체전에서는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제 그는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꿈꾸고 있다.


조은혜는 "국가대표로 패럴림픽에 출전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파리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하고 싶다"라고 한겨레에 전했다.


Instagram 'grace_jjoeh'


한편 12년 만에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휠체어 펜싱 대표팀은 조은혜와 권효경, 백경혜 등 3명이 참가한다.


2024 파리 패럴림픽은 오는 8월 28일 개막해 9월 8일 막을 내린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22개 종목 중 총 17개 종목이 참가할 예정이며, 약 170명(선수 83명, 임원 87명, 예정)이 금메달 5개 이상, 종합 순위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