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1명당 1천 원씩 기부하겠습니다"
지난 4일 유튜브 'MZ전자' 채널을 운영하는 LG전자의 최정현 선임은 LG 트윈빌딩에 설치된 '기부 키오스크'를 소개하는 쇼츠 영상을 올리며 이런 공약을 내걸었다.
최 선임은 "와이프와는 상의 안 했다. 채널 구독 눌러달라"며 "ㅋㅋ 설마 구독 누르겠어. 50만 원이나 되면 잘한 거일 듯"이라는 자신의 속마음을 투영한 자막까지 함께 달아 보였다.
그런데 최 선임의 선행(?) 소식을 듣게 된 누리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해당 채널을 구독하기 시작했고, MZ전자의 구독자는 1만 명을 넘게 됐다.
최 선임, "인생을 배웠다"
최 선임은 자신이 내걸었던 공약에 따라 1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무섭게 증가하는 구독자에 지난 9일 오후 1시 30분 최 선임은 "쾌락 없는 책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하며 "아내에게 걸렸다. 구독 취소 좀 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길거리에 앉아 있는 최 선임의 얼굴에는 짙은 다크서클을 표현한 듯한 분장도 되어 있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독자에 위기감을 느낀 최 선임은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함부로 어그로를 끌면 안 된다는 것을, 인생을 배웠다"며 "기부 챌린지는 영상 게시 1주일까지인 10일 오후 11시 59분에 마감하겠다"고 밝혔다. 최 선임에 따르면 해당 채널은 LG전자의 공식 채널도 아닐뿐더러, 인사팀과 합작해 만든 '노이즈마케팅' 또한 아니다. 그는 "제 월급에서 멀어지면 아무래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십시일반 회사 내 임원들부터 화력 지원을 요청하려 한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월급보다 많은 돈을 기부해야 할 위기에 놓인 최 선임을 구원해 줄 흑기사가 등장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최 선임의 기부가 부담으로 변해가자, 현재 LG전자는 그를 지원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기부 규모가 정해지면 적합한 사용처를 알아볼 예정"이라며 "지원 근거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선임의 모습을 본 누리꾼들은 "무급으로 근무하시는 LG직원분이 있다는 소식 듣고 달려왔다", "LG전자 흥해라", "남의 돈으로 기부하기 개꿀이다", "저 대신 천 원 기부 감사드립니다", "돈 내고 회사 다니시겠다. 감사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