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5차례의 휴대전화 문자 원문이 공개됐다.
8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월 15일부터 25일까지 한 후보에게 5번에 걸쳐 사과 의사를 담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1월 15일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두 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야당이 주도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지 열흘 뒤였다.
김 여사는 첫 번째 메시지에서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대신 사과한다. 오랜 시간 정치적으로 활용돼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라며 "큰일 하시는데 불편할 만한 사안으로 이어질까 조바심이 난다"고 했다.
다른 메시지에선 "모든 게 제 탓"이라며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사달이 나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여사는 나흘 뒤인 1월 19일에도 "제 불찰로 자꾸만 일이 커져 진심으로 죄송하다.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번 만번 사과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 하는 것뿐"이라며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김 여사는 1월 23일에도 한 후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은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났고, 함께 KTX를 타고 상경하면서 갈등설을 일단 잠재운 날이었다.
김 여사는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다"며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 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다"고 했다. 아울러 "제가 모든 걸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한 후보의 답장이 없자 김 여사는 이틀 뒤인 1월 25일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이관섭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한 후보에 대한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사과가 담긴 문자였다.
김 여사는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마음이 상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며 오해를 푸셨으면 한다"고 했다.
한동훈파 VS 반한동훈파 갈등 심화
해당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대 반(反) 한동훈'으로 흐르던 구도의 계파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9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 저희 당에 한동훈 후보의 계파가 새로 생겼다"며 "빨리 사과하고 논란을 끝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본인(여사)과 소통하는 것은 당연히 비대위원장의 책무"라며 "이것(명품백 논란)을 어떻게든 해결하는 것에 중요한 단초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는데 답하지 않고 그냥 무시했다는 것은 비대위원장으로서 해야 되는 직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후보는 "문자를 공개하거나, 사과하고 끝내자"고 했고, 윤상현 후보도 "자기가 미숙했다고 한마디로 사과하든지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반면 한 후보는 전날 광주 합동연설회 직후 사과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자가 오픈됐다고 한다면 야당이 '국정 농단'이라고 하지 않을까"라며 "어떤 부분을 사과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무리 전당대회 국면에서 급하더라도 영부인의 사적 문자까지 공개하는 것은 도대체 누가 좋자고 하는 것이냐"며 "어떤 분들이 뒤에 있는지 국민들께서는 예상이 가능하실 것"라며 친윤계를 저격했다.
과거 친윤계였으나 현재는 친한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은 "이번에 영부인 문자를 유출해 전당대회판에서 당과 대통령실을 위기에 몰아넣은 자"라며 친윤계 이철규 의원을 공개 저격했다.
이 의원은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