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불가능한 희귀 질병을 앓고 있는 브라질의 한 수의대 학생이 안락사를 통해 생을 마감하기 위해 모금을 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남동부 도시 밤부이 출신인 27세 캐롤라이나 아루다(Carolina Arruda)는 최근 안락사를 위한 모금 페이지를 열었다.
그는 11년 전 양측성 삼차신경통 진단을 받았다. 삼차신경통은 1년에 인구 10만 명 중 3명 정도만 발병률을 보이는 매우 희귀한 질환이다.
삼차신경이란 얼굴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으로 이곳에서 신경통이 발생하는 것이 바로 삼차신경통이다. 얼굴이 칼에 베이거나 감전된 듯한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루다가 처음으로 통증을 경험했을 때는 고작 16살에 불과했다.
그는 음식을 씹고, 양치질을 하고, 물을 마시고, 재채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을 느꼈다. 말하고, 웃고, 먹는 것조차도 그는 편히 할 수 없었다.
아루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느끼는 통증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구석에 누워 통증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지만, 사라지지 않을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결혼 3주년을 맞은 아루다는 10살 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한 고통에 두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녀는 네 번의 수술을 받았고 대체 요법을 시도했으며 식단을 개선하고 운동도 시작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아루다는 "기존 약물부터 실험적인 방법까지 여러 가지 약학적 치료법을 시도해 봤다.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시간과 돈, 엄청난 에너지를 투자했다. 의료진이 제공한 모든 치료법은 다 시도해 봤다"라고 말했다.
고통이 끝나지 않자, 그는 결국 안락사를 허용하는 세계 9개국 중 하나인 스위스의 자선단체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 브라질은 안락사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아루다는 2만 7,000달러(한화 약 3,724만 원)가 넘는 의료비와 항공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브라질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바키냐(Vakinha)'에 모금 페이지를 열었다.
해당 페이지에서 그는 "안락사를 결정한 것은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동시에 제게는 가장 분명한 결정이었다"라며 "가족의 지원과 행복한 삶에 대한 모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통증은 제 삶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매일 의미와 희망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고통은 멈추지 않고 늘 함께했다. 삶이나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단지 연민과 존엄한 목적을 향한 외침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모금 페이지에 르면 8일(한국 시간) 오전 10시 기준 11만 8,520헤알(한화 약 2,991만 원)이 모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