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사바 분신사바"
어둠이 도사린 시간, 빛 하나 없는 교실에서 친구와 마주 앉아 펜을 잡고 주문을 외우면 귀신과 대화할 수 있다는 미신이 있었다.
귀신에게 질문을 하면 저절로 펜이 움직이며 우리에게 대답을 건네는 식이다.
분신사바를 끝내고 손으로 어깨를 털어내지 않으면 평생 귀신이 붙어 다닐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린 시절 이처럼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미신 혹은 괴담들이 있었고, 우리는 잔뜩 겁을 먹고 아무것도 모른 채 미신을 맹신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어깨를 한번 털어내자.
1. 거울 속 귀신이 보인다
앞뒤로 거울을 배치하고 한쪽 거울을 들여다보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여러 명 보인다.
끝없이 보이는 내 모습을 세어본다.
하나, 둘, 셋, 넷. 그렇게 차례로 세다가 열두 번째의 자신을 보면 죽는다는 말이 있었다.
열두 번째에 있는 모습은 나와 똑같이 생긴 귀신이고, 그 귀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목숨을 잃는다는 소름 끼치는 미신이자 괴담이다.
2. '책 보는 소년' 동상이 살아 움직인다
매일 밤 12시면 학교 뒤뜰에 있는 '책 보는 소년' 동상의 책이 한 장씩 넘어간다는 으스스한 이야기가 돌고 돌았다.
그러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다르고 책이 덮이면 지구 종말이 온다는 미신을 기억할 것이다.
동네마다, 학교마다 조금씩은 달랐지만 동상이 조금씩 움직이며 불길한 기운을 몰고 온다는 말이 있었다.
3. 분신사바
귀신을 부르는 방법으로 알려진 분신사바.
한밤중 친구와 마주 앉아 펜을 붙잡고 "분신사바 분신사바"라며 주문을 외운다.
그러다 어깨가 무거운 느낌이 들면 "귀신님 오셨습니까"라고 조심스럽게 묻는다. 펜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귀신이 나타났다는 증거.
정말로 귀신이 나타났는지,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손을 움직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4. 통곡의 문지방
문지방을 밟으면 복이 나간다는 말 때문에 할머니에게 혼나곤 했다.
과거 장례문화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집안에서 장례를 치르고 관을 산소로 옮기기 전 문지방 위에 바가지를 내려놓고 관으로 내려치던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는 '이승에 미련을 두지 마라'는 뜻으로, 조상들은 문지방을 이상과 저승의 경계처럼 여겼다.
5. 선풍기 괴담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는 말 때문에 누구나 한 번쯤 자기 전 선풍기를 노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무시무시한 미신이며 심지어 해외까지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는 잘못된 상식이다.
일설에 의하면 1920년대에 선풍기가 처음 들어왔을 때 어르신들이 전기세 폭탄을 걱정하며 손주들을 겁주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6. 식칼 물고 거울 보기
밤 12시. 새하얀 소복을 입고 화장실로 향한다.
입에 식칼을 문 채로 거울을 바라본다. 그러면 미래의 남편 얼굴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거울에 귀신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 때문에 섣불리 도전하기는 힘든 미신이다.
미래의 남편 얼굴을 본 사람이 있었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7. 깎은 손톱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
쥐가 손톱을 먹으면 나와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로 변신해 평생을 쫓아다니며 괴롭힌다는 말이 있었다.
손톱을 깎고 뒷정리를 잘하라는 어른들의 말씀이었다.
진짜로 쥐가 사람으로 변신할까 두려웠던 우리는 혹여나 손톱을 깍은 후 바닥에 남아 있을까 꼼꼼히 확인하곤 했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