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20대 남성을 성범죄자로 단정해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장이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일 화성동탄경찰서 여청수사팀 강동호 경감은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입장문을 게재했다.
강 경감은 "이번 일로 피해 입은 20대 남성을 비롯해 국민분들께 가장 먼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면서도 "팀원들과 그 가족·자녀들까지 너무나 고통스러워 하고 있고 혹여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 더 이상 지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글에 따르면 화성동탄경찰서에는 '여청강력팀'과 '여청수사팀'이 나뉘어져 있다. 사무실도 다르고 업무분장도 다른 별개의 팀이다.
이번에 강압 수사 논란이 일었던 '헬스장 화장실 사건'의 경우 접수 당시 성명불상의 용의자에 대한 성범죄 사건이었기 때문에 '여청강력팀'이 맡아 수사했다고 한다.
강 경감은 "그런데 우리 경찰서 홈페이지 조직도에는 여청강력팀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며 "전 국민의 관심 사안이 되어 수천 건의 언론 기사, 유튜브 영상이 쏟아지는데도 정작 강압수사로 물의를 일으킨 소속 팀명은 단 1건도 언급된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직도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작 관련 없는 팀은 팀명뿐만 아니라 4명의 실제 이름까지 알려져 각종 조롱 글과 욕설을 받고 있는데 이유가 개인정보 때문일 리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청강력팀'이 사이버 폭력을 당하며 힘들어하는 '여청수사팀' 뒤에 비겁하게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고 피해를 당한 남성에게 보낸 사건 종결 통지가 '여청수사1팀' 명의로 갔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팀원들은 모두 경악했고 한참을 울었다"며 "저희 팀원들 모두 신상이 털리고, 가족들을 향한 각종 욕설 및 조롱 댓글 등 사이버 테러 행위로 인해 팀원 중에서 누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너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강 경감은 자신의 팀을 둘러싼 강압 수사 의혹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감찰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후 해당 경찰서의 여청수사팀이 작년 전국 1위 팀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리한 수사가 이뤄졌을 거라는 추측에 대한 맞불이다.
그는 "동탄은 인구가 많아 다른 경찰서에 비해 접수되는 사건이 많다"며 "작년 전국 1위 '베스트수사팀'은 경쟁팀 실사와 도경찰청, 본청 등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후 민원이나 수사 과오가 생기면 오히려 점수가 깎여 강압수사 방식으로는 절대 1위를 할 수 없다"며 "여청수사팀은 성명불상 성범죄 사건은 취급하지 않아 그럴 이유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강 경감은 강압수사 정황이 발견된다면 모든 징계와 비난은 팀장인 자신이 받겠다면서도 앞으로는 사이버 테러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 사건은 앞서 지난달 23일 50대 여성 A씨가 화성시의 한 아파트 헬스장 옆 여자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모습을 훔쳐보며 성적 행위를 했다고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방범 카메라 분석 등을 통해 20대 남성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나섰다.
B씨는 곧바로 무고를 주장했으나 경찰은 "방범 카메라로 보니까 본인으로 확인됐어", "떳떳하면 가만히 있으면 된다" 등의 강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B씨는 '억울한 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에 성범죄자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며 녹음파일을 공개했고,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던 지난달 27일 A씨는 경찰에 허위 신고 사실을 자백했고, 경찰은 B씨를 무혐의 처분 한 데 이어 A씨를 무고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