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른바 '5월의 신부'가 된 30대 정모씨는 결혼식을 열지 않았다. 그간 친구들의 결혼식을 다니며 축의금을 뿌리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결혼식을 생략했다.
결혼식을 열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높아진 물가에 따라 너무도 비싸진 결혼식 비용을 감당하는 대신 신혼여행을 좋은 곳으로 길게 다녀오겠다는 게 이유였다.
정씨는 "스·드·메로 스트레스 받고, 한번뿐이라는 이유로 바가지 안 당하고, 축의금으로 기싸움 안 하고, 밥이 어떻다는 안 들으니 더 좋다"라며 "그런 거 안 하니 스위스 물가도 무섭지가 않았다"라고 말했다.
최근 여성들이 주로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페를 중심으로 "결혼식 안 올리고 결혼하기"라는 이야기가 공감을 얻고 있다.
이른바 '스몰 웨딩'으로라도 작게 결혼식을 올리던 문화가 있었지만, 결혼식 자체를 생략하고 신혼여행 혹은 혼수 등에 더 신경을 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식을 화려하게 치르고 SNS에 자랑하는 문화가 점점 쿨하지 않게 여겨지고, 결혼식이 '축하의 장'이라기보다는 학교 동창·친구들의 '만남의 장'이 돼가는 느낌이 강해지면서 나타나는 경향으로 풀이된다.
또한 축의금은 5만원 혹은 10만원으로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스·드·메 비용과 웨딩플래너·도우미 비용이 오른 데 더해 식대가 크게 오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여성은 "예약하려던 곳의 식대만 8만원이더라. 축의금은 10만원인데, 이게 맞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결혼식을 준비하다 접고, 혼인신고만 했다는 30대 후반 남성 최모씨는 "아무래도 늦게 결혼을 하다보니 아버지·어머니도 퇴직하셨다. 뿌린 거 거두는 건 포기하신 터라 결혼식은 올리지 않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20대 후반의 여성 박모씨는 "결혼을 준비 중인데, 남자친구와는 '노웨딩'으로 가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라며 "화려하게 한다고 해봐야 요즘 연예인·스포츠 스타들만큼 못한다. 유튜버·인스타 스타도 못 따라가는데 SNS에 올리겠다고 할 필요 있나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